6.25를 겪으며 우리나라는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의 지원을 받았다. 그와 더불어 가난한 나라에 선을 베푸는 선교사들은 한국인의 배고픔과 헐벗음을 구제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생면부지의 타국에서 한평생 헌신적으로 이방인을 돌본 선교사를 보며 많은 이들이 참종교인의 모습을 발견해 종교에 귀의했다.

얼마 전 우리 곁을 떠난 김수환 추기경, 강원용 목사, 법정스님을 기리는 행사가 있었다. 그들과 함께한 종교인들이 살아생전 그들이 남긴 족적을 되돌아보는 자리였다. 전혀 다른 종파의 종교인이었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서로를 인정하고 나라와 민족을 걱정하며 모든 종교인이 하나 되길 소망하는 종교인이었다는 점이다. 남은 이들이 곁을 떠난 종교인을 돌아보는 이유 중 하나는 지금 이 시대에 세상을 움직이는 참 종교인이 보이지 않거나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신도를 확보하고 있는 한국 개신교는 요즘 ‘그나마 내가 돈을 제일 적게 썼다’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자리를 지키겠다는 목회자와 ‘비리가 드러났으니 물러나라’는 교회개혁 단체의 요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남을 비난하기에는 참으로 부끄러운 실체가 드러났음에도 여전히 자신의 권력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는 교계 지도자의 모습은 한심스러울 뿐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놓고 가는 종교지도자보다 자신의 권력과 명예를 위해 신도들의 피 같은 헌금을 유용하는 종교지도자가 더 가까이 있는 듯한 현실은 신앙인들을 슬프게 한다.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깨달았던 종교지도자 중에 부자나 권세자는 없었다. 예수도 제자들도 하나님의 약속대로 나타난 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의 정신을 전하며 나누는 삶을 실천했다.

오늘날 개신교 지도자들이 ‘예수’의 길을 따른다면, 세상 부를 얻는 것을 복 받는 것이라 가르칠 것이 아니라 자신부터 예수의 가르침을 따라 나누며 낮아져야 한다.

사람의 계명으로 가득한 교계 현실의 책임은 교계 지도자들에게 있다. 그 책임을 하늘이 묻는다면 과연 한 명이라도 구명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자신의 신을 향해 진심으로 회개하고 자성하며 긍휼을 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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