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여중사 성추행 피해 사망사건을 연일 보도하고 있지만 정작 가해자 수사는 별 진척이 없다. 가해자로 지목된 노 상사와 노 준위에 대해 국방부 검찰단이 구속 수사를 하지 않으면서 이들의 방어권만 보장해준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국방부 검찰단이 속도를 내지 않으면서 수사의 전체 그림도 두 부사관으로 제한될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중사로부터 성추행 사실을 보고 받고도 관련 사건을 두 달 동안 방치했던 지휘라인을 일벌백계하지 않는다면 이번 사건은 개인의 피해와 일탈로 끝나고 또다른 피해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

중령이하 예비역 모임인 젊은여군포럼의 보고서에 따르면 여군 부사관은 군대 내 가장 하위자리에 위치해 인권상황이 열악하다. 최근 7년간 군사법원 판결문을 종합분석한 결과 여군 피해 사건 중 80%가 성범죄이며 다수가 하사 중사 등 부사관이었다. 이번에 사망한 여중사의 경우 비공식 회식에 불려 나가서 제3자가 보는 차 안에서 성폭력을 당했고 현장에서 도망가자 협박당했다. 또 다른 부대 상관은 술자리에 불러 문제 삼지 말라고 종용했고, 가해자를 비롯한 동료들은 비웃고, 가해자 가족들은 함부로 문자를 보냈다. 힘없는 대상이었기에 폭력 사건이 일어난 부대와 새롭게 전출 간 부대의 대장도 그녀를 문제아 취급하고 성고충전문상담관 보고를 받고도 공군참모총장은 별 문제로 여기지 않았다.

여중사 사망 사건이 드러날수록 그녀를 죽음으로 내몬 군의 모든 지휘라인의 황당한 성인지 감수성과 병영문화 폐습에 혀를 두르게 된다. 어쩌면 이미 수많은 여군 부사관이 같은 일을 당하고도 자신에게 돌아올 부당함과 2차 가해 때문에 참고 지냈을 것이다.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악용해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저지르고도 별다른 죄의식도 없고 문제로 여기지도 않는 군의 모습이 비단 공군의 모습만이 아닐 것이다. 대통령이 언급해도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며 여론의 관심이 줄기만 바라는 듯한 공군검찰에 대한 압수수색도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 성 범죄는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국방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대 내 지휘관 성인지 감수성 강화를 위한 조직진단과 더불어 근본적으로 군대 내에서 일어난 모든 형태의 위력에 의한 성범죄를 차단할 강력한 처벌 규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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