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앞으로 다가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정치인뿐만 아니라 국민 시선이 집중되는 현상은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준석 후보의 돌풍 때문이기도 하다. 예비경선에 이어 본선에서도 1위를 할 수 있을까 궁금증 속에서 나경원, 주호영, 홍문표, 조경태 후보들이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지만 1위 후보를 따라잡는 데는 역부족이다. 그렇긴 하지만 현재 나타난 국민지지도와는 다르게 6.11전당대회에서는 국민의힘 권리당원 70%, 국민여론 30% 룰이 적용되니 지금의 현상이 그대로 이어질지, 극적 반전으로 역전될는지 알 수가 없다.

출마 당시의 판세와는 다르게 전당대회 사정이 돌아가자 나경원 후보는 1위 후보를 의식해 “이준석 후보 뒤에 김종인·유승민이 있다”면서 “(이 후보가 당선되면) 상왕 정치를 보게 되는 것 아닌가” 우려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이준석 후보는 최근 발언을 통해 “당 대표가 되면 김종인 전 위원장을 모시고 오겠다”고 했으니 나경원 후보가 이 점을 부각시킨 점은 앞으로 차기 대선후보의 결정이나 국민의당과의 통합 등 당의 현안과 화합을 걱정하기 때문인 것이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직에서 물러나면서 제1야당과 연을 끓으려 했던 김종인 전 위원장이 이준석 후보의 ‘다시 모시겠다’는 발언에 고무(?)된 탓인지 최근 부쩍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그 중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비난(?) 발언이 압권이다. 그는 지난 4일 서울의 한 호텔 식당에서 국민의힘 정치인과 대화 중에 “검사가 바로 대통령 된 적 없다”면서 느닷없이 윤 전 검찰총장의 ‘대망론’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말을 꺼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서 나오자마자 제3지대에서 윤 전 총장을 기다린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당세 없이 제3지대에서 대선에서 승리해 다수당을 구성했던 ‘마크롱 모델’을 직접 제시하기도 했다. 또 윤석열 전 총장이 차기 대선주자 1위에 오르자 “별의 순간 잡은 것 같다”고 극찬했던 그가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당대표가 되면) 모시겠다”는 말 한마디에 이 후보에게 화답하면서, 자신에게 응답 없는 윤 전 총장에게는 입장이 180도로 돌변하고 만 것이다.

이 같은 김 위원장의 돌변과 시류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왔다갔다’하는 말에 자신을 찾지 않은 대선주자에 대한 몽니인지, 오랜 정치경험에서 우러나온 판단인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이구동성이다. 경륜 있고 중후한 정치인이라면 행동은 물론 말에도 무게감이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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