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디지털 전환 대응 평가. (제공: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의 디지털 전환 대응 평가. (제공: 대한상공회의소)

대한상의, 국내 기업 직장인 300명 조사

“‘인프라 부족, 기업 변화의지’ 개선해야”

“‘디지털 양극화, 자료유출’ 등 우려스럽기도”

“기업서 일자리 유지, 양극화 해소해야”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AI·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이 점차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시대가 되는 가운데 국내기업의 디지털 전환 대응이 아직은 미흡하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최근 직장인 300명을 대상으로 ‘기업의 디지털 전환 대응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소속 기업의 디지털 전환 대응 수준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은 38.7%에 그쳤지만, 미흡하다는 응답은 전체의 61.3%에 달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전환이란 AI·빅데이터 등의 디지털 기술을 R&D, 생산, 마케팅 등 업무 전반에 접목해 기업의 운영을 개선하고 가치를 혁신하는 제반 활동을 의미한다.

부문별로 대응 수준을 보면 비대면 회의, 온라인 보고와 같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업무 수행’이 가장 긍정적인 평가(긍정 64.2%)를 받았다. 또 생산이나 마케팅 활동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부문도 긍정적 평가(긍정 52.3%)가 앞섰다. ‘디지털 인재 육성’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한상의는 “코로나19로 인해 업무처리 방식에 디지털화가 많이 진전되기는 했지만, 전반적인 디지털 전환 수준은 아직 미흡한 편”이라고 평가하고,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전환 대응 부문별 평가. (제공: 대한상공회의소)
디지털 전환 대응 부문별 평가. (제공: 대한상공회의소)

◆“인프라·변화의지 부족 및 경직된 조직문화 개선해야”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로막는 걸림돌로는 ‘낙후된 제도․사회 인프라(35.1%)’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법 제도가 기술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경직된 교육인프라가 디지털 인재를 제대로 키워내지 못한다는 게 큰 문제로 지적되었다.

기업 내부 문제를 걸림돌로 언급한 직장인도 많았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의 변화의지 부족(31.8%)’ ‘경직된 조직문화(20.5%)’ ‘기술력 부족(9.6%)’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디지털 양극화, 데이터 유출, 일자리 불안 우려스럽기도”

한편 디지털 전환으로 우려되는 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디지털 양극화’라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의 41.7%로 가장 많았다. 노령층 등 디지털 소외계층의 직장과 사회생활 적응도 문제가 있지만, 디지털 기술 활용에 있어서 업종·기업규모 간 간극이 큰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어 ‘데이터 유출 및 사생활 침해(28.1%)’와 ‘일자리 감소 및 불안(22.2%)’을 꼽은 직장인들이 많았으며, ‘소통․협업 감소(7.9%)’를 우려하는 응답도 일부 있었다.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는 일자리 문제에 대해 “디지털 신기술이 전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판단하기 어렵겠지만, 직장인 개개인이 체감하는 일자리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면서 “디지털 전환이 평생직장 시대에서 평생직업 시대로의 전환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디지털 경제시대 기업의 역할. (제공: 대한상공회의소)
디지털 경제시대 기업의 역할. (제공: 대한상공회의소)

◆“일자리 유지, 디지털 양극화 해소 등은 기업서 나서야”

디지털 전환 시대에 기업에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일자리 유지(35.1%)’를 우선 지목했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직장인이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유휴인력의 정리와 재배치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어 ‘디지털 양극화 해소(27.5%)’와 ‘도전정신 등 신 기업가정신 발휘(20.9%)’ ‘사회와의 소통 강화(14.9%)’ 등도 디지털 전환 시대에 기업이 해야 할 역할로 꼽았다.

전인식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디지털 전환은 기업과 개인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지만, 전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계층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디지털 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미래 신사업을 적극 육성해 나가는 한편, 예상되는 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두는 새로운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번 설문은 5월 26일부터 지난 1일까지 국내 대·중견기업 101개사, 중소·벤처기업 201개사를 대상으로 전화·팩스 설문조사 형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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