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낮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오르면서 초여름 날씨를 보인 22일 서울 중구 청계천에서 시민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가벼운 산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4.2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낮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오르면서 초여름 날씨를 보인 22일 서울 중구 청계천에서 시민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가벼운 산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4.22

[천지일보=이솜 기자] 최근 미 외신들이 한국의 인구 감소와 이에 따른 생활 방식과 노동 인구의 변화 등에 주목하고 있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출산율 감소로 한국 군대의 수가 줄면서 여성 징병제 도입 요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으며 미 공영라디오방송 NPR은 한국 노동 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이주노동자 의존 현상을 최근 연달아 짚었다. 또한 블룸버그통신과 NBC는 특히 한국 젊은 층의 삼포세대, 캥거루족 문제를 소개하며 그 어떤 시기보다 낮은 출산율에 주목했다.

◆‘삼포세대’ ‘캥거루족’… “독립 못하는 젊은 층, 출산율 최악”

지난달 말 블룸버그는 ‘한국, 인구 루비콘강을 넘어 세계에 경고하다’라는 제목의 심층 기사를 통해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를 소개하며 한국 독신 인구가 40%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2030 세대 중 독신 인구가 늘어나는 원인 중 하나로 경제적 제약을 꼽았는데, 집을 소유하고 가정을 꾸리는 데 드는 비용 자체가 너무 커 자녀를 갖는 선택을 어렵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NBC도 ‘한국 캥거루족을 만나자: 아직 부모와 함께 사는 30~40대’라는 기사를 통해 캥거루족이 이미 한국 사회에서 일반화된 삶의 방식인 점을 소개했다. 또 ‘캥거루족’이라는 용어는 청년 실업률이 높은 시기인 2000년대 초 유행한 말로, 많은 대학 졸업생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부모와 함께 생활을 한 것을 나타낸 단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집값 상승 등의 문제가 결합되면서 한국에서 젊은 세대가 재정적 독립을 달성하고 자력으로 생활하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전문가 분석을 통해 짚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한국 평균 합계출산율은 0.84명(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자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서울에서의 출산율은 이보다 더 심각한 0.64명을 기록했다. 유엔은 2050년이 되면 한국의 노인 인구 비율이 어느 나라보다도 클 것이라고 추산했다.

◆“한국 인구 대책에 주변국들 예의주시”

블룸버그는 이 같은 인구학적 압박이 한국의 경제를 둔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작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1%로,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선방했으나 지난 10년 동안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2.5%로 1980년부터 2000년까지의 성장률인 8%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유엔 경제사회부 전망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2050년에는 6명 중 1명이 65세를 넘어설 전망이다. 작년에는 11명 중 1명이 65세를 넘었다. 고령 인구가 이미 많은 캐나다, 유럽, 미국에서는 2050년쯤 되면 65세 인구가 4명 중 1명을 차지하고 그나마 젊은 인구가 잇는 중남미와 카리브에서는 6명 중 1명, 남아시아와 북아프리카에서는 각각 8명 중 1명, 9명 중 1명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의 도전과 대처 방법이 다른 나라에게 선례가 될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다만 ‘고령화’의 선봉국인 일본은 제외다. 일본은 이미 인구통계학적 시계에 빨간불이 들어오기 시작할 무렵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가 됐고 주요 경제 위상과 방대한 국내 저축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와중에도 정부가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부채를 축적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중국과 태국과 같은 나라들은 한국과 같이 부유함의 정점을 찍기 전에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될 위험이 있어 한국의 사례를 예의주시할 것이란 예측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분수대 앞에서 열린 ‘여성 이주노동자 비닐하우스 기숙사 산재사망 진상규명 및 철저한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가 지난 20일 포천시 일동면의 한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사망한 캄보디아 국적 여성 이주노동자 A씨(30)의 영정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2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분수대 앞에서 열린 ‘여성 이주노동자 비닐하우스 기숙사 산재사망 진상규명 및 철저한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가 지난 20일 포천시 일동면의 한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사망한 캄보디아 국적 여성 이주노동자 A씨(30)의 영정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28

◆“노동력 감소 해결책으로 이민 확대는 필수”

블룸버그는 한국 정부가 수십년 동안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조치를 취해왔으나 어느 것도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제 정책의 초점을 인구 감소를 역전 시키는 것에서 벗어나 고령화된 인구와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는 쪽으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더 많은 출산을 장려하는 것을 여전히 추구하지만, 여성과 노인이 노동 시장에 머무르거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도록 장려하는 데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1월 인구 정책을 담당하는 범정부 태스크포스(TF)는 제조업 노동력 감소 문제부터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시골 지원 등 올해 해결해야 할 13가지 주요 문제를 찾아냈다.

먼저 정부는 엄격한 출입국 규제를 완화해 더 많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것을 제안했는데, 여기에는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들이 컴퓨터 반도체에 대한 세계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기술자들이 포함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다른 매체는 한국 인구 문제에 따른 노동력 감소에 대해서는 결국 외국 인력에 의존해야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왔다.

런던에 본부를 둔 컨설팅 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한국이 현재의 노동인구의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2045년까지 이민자 수를 현재의 3%에서 30%까지 증가시켜야 한다고 분석했다.

NPR은 한국에서 출산율이 낮아지고 사회는 노령화되고 있다며 대두되는 노동력 문제의 한 가지 해결책은 더 많은 이민을 허용하는 것이지만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편견이 크고 대우도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 매체는 지난달 30일 밀양의 이주자 농민 대표를 인터뷰하면서 이들에게 근로 조건이 나쁘고 한국인 고용주들이 법을 위반하는 사례 등 현실을 알리는 데 이어 지난 2일에도 한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이주 노동자가 있는 캄보디아인들의 실태를 폭로했다.

작년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합법적으로 고용된 이주노동자 수천명의 유입이 차단됐다. 결과적으로 농장들은 대부분 불법이민자들에게 부족한 인력 80~90% 의존하고 있다며 현재 39만 2천명 이상의 미등록 근로자들이 있다고 NPR은 전했다. 또 한국 사회가 다문화가 아닌 동질적인 문화를 선호하고 있지만 인구통계학은 정부가 더 많은 이민을 허용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사건의 피의자 장모 중사가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서울=뉴시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사건의 피의자 장모 중사가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안보도 위기… “軍 위협 국경 밖 아닌 인구 감소에 있어”

인구 감소로 위기에 처한 것은 노동력의 크기만이 아니다. 각 도시와 대학, 군대도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고심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북한과의 무력 대치 상황에 처한 나라에서 인구 변화는 특히 군대와 관련이 있다”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군대 중 하나를 가지고 있지만, 징집된 군인의 수는 거의 10년 동안 감소하고 있으며 이 상태라면 20년 내 병력 수는 3분의 1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아마도 64만명의 한국군을 위협하는 가장 큰 위협은 국경을 넘어서가 아니라 국경 안(인구 감소)에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도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 강력한 군대를 유지하는 게 한국의 최우선 과제지만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생률로 의무 입대할 남성이 줄고 있다며 여성징병제 도입 주장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제안한 ‘남녀평등복무법’을 소개했는데 이 법안은 기존의 남성 대상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하는 대신 남녀 모두에게 최대 100일 간의 기초군사훈련을 의무적으로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다만 WSJ은 한국에서 여성징병제 도입을 위해서는 국민의 합의는 물론 군대 내 성문화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여성들과 단체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몇 달 간의 기초훈련에 불과하더라도 성폭력에 관한 한 군이 충분히 안전할 수 있는가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WSJ는 최근 공군에서 발생한 성범죄 사망 사건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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