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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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식물성 바이오 에너지가 각광받던 시절이 있었다. 기존 화석 연료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바이오 에너지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자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농경지를 갈아엎고 나무와 숲을 불태워 대규모 야자수 농장을 조성했다. 그리하여 밀림과 원시림이 사라졌고, 화전으로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또한 식량작물의 재배면적이 축소되고, 결국 국제 곡가가 상승해 최빈국들의 식량위기로 이어지는 부작용까지 발생했다.

친환경 에너지라고 하여 무조건 환영할 일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화석 에너지를 대체하는 친환경 대안에너지 전환은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을 하되 그 방향과 과정이 정당하고 민주적이어야 한다. 대체에너지 개발에서 중요한 것은 ‘원료가 무엇이냐’만이 아니라 ‘어떠한 방식으로 개발한 것인가’에도 주목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공생을 통한 개발 계획, 지역순환을 중심으로 한 설계, 지역주민의 삶과 자연생태계를 해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생산 매커니즘이 개발돼야 한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해운대 청사포 해상풍력단지 문제도 결국은 풍력발전단지 개발을 둘러싼 이해와 소통의 부재에서 야기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 주민 그리고 사업자 간의 긴밀한 소통과 상호 협력 속에서 개발이 계획되고 추진되었더라면 최소한의 불필요한 오해나 충돌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기후위기시대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이라는 국가적 시책에 따라 대규모 자본이 투자돼 진행되는 사업이 지역사회와의 갈등을 겪게 돼 사업이 좌초되거나 역으로 주민이 피해를 입게 된다면 이 모두가 국가와 사회에 대한 피해이다. 지역주민의 이해를 대변하는 지자체와 의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의제화 했다면 불필요한 갈등은 훨씬 줄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해당 지자체와 의회는 지금이라도 지역 흐름에 눈치 보며 전전긍긍할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소통과 중재에 적극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에너지 거버넌스 수립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중앙집중식 대규모 발전은 대형 발전사가 오롯이 발전소에 대한 운영방침을 결정했다. 운영방침이 지역사회에 영향이 있을 때 발전사는 주민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여론을 가늠해 운영방식을 조정했다.

하지만 이제는 덴마크나 독일, 영국과 같은 앞선 나라처럼 지역의 주민이 발전소의 운영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이 앞선 나라에는 에너지원에 대한 결정권 일부를 지역주민, 시민사회가 보유한다. 그 대표적인 형태가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을 통한 시민들의 에너지 시장 참여는 에너지 소비자로서 시민의 역할, 에너지 정책 과정에서 시민의 역할이 변화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무엇이 정의로운 전환인지는 각 지역이 처한 환경마다 다르다. 지자체 단위에서 시민이 참여하는 에너지전환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예방하고 전환의 혜택이 지역 공동체로 환원될 수 있다는 것은 독일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연방정부 재정 지원과 대학의 프로젝트로 시작되기는 했지만 독일 윤데 마을의 바이오에너지 프로젝트는 시민 참여가 어떻게 전환을 촉진시킬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지역에너지 정책에 시민 참여 경험이 별로 없는 우리로서는 시민 참여형 지역에너지전환이 새로운 도전과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과제는 재생에너지 전담부서도 없는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따라서 전환 계획을 수립해야 할 필요성을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인식하고 지자체가 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재정적 지원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시민 참여에 의한 전환’은 ‘에너지 시민’을 양성함으로써 정책에 시민 참여를 확대하고, 정책 책임을 공유하면서 에너지전환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를 소비자인 시민이 통제하도록 함으로써 대형 발전 기업이 재생에너지로부터 나온 이윤을 독점해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 또한 방지할 수 있다. 국내 전환 정책 역시 이를 포괄한 ‘에너지 민주주의의 실현’에 목표를 둬야 한다. 그래야만 제2, 제3의 청사포 해상풍력단지 조성 갈등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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