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꽃 아래

유승도

우우우웅 하늘 가득한 떨림이 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구름도 아닌데 온통 하얗다 하늘하늘 흔들리는 
꽃송이의 바다를 저으며 벌들의 날갯소리가 요란타
훅훅 날아드는 아카시아 향기를 따라 아득한 어느 날이 
다가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드니 우우 꽃잎이 떨어지며 앞을 지운다 오랜만에 찾아온 형님도 발걸음을 늦추다 멈추어 선다
형, 저 꽃 따 먹던 기억나요?
그럼, 맛있었지
입안에 가득 고인 아카시아 향을 목으로 넘기며 길가에 앉았다 가고자 하던 곳이 생각나지 않았다

 

 

[시평]

우리나라 산하에 5월이 되면, 하얗게 피어나는 꽃, 아카시아. 온 산마다 지천으로 피어나는 꽃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귀한 줄 모른다. 그렇지만 그 향기는 싱그러운 오월을 더욱 향기롭게 만든다. 그래서 그 향기로 인하여 사람들은 잠시나마 행복해지기도 한다. 어디 사람들뿐인가. 아카시아 꽃이 피면, 벌들도 꿀을 따러 바쁘게 날아든다. 어느 꽃보다도 향기로운 그 꿀맛 때문에 벌들은 더욱 잉 잉 거리며 모여든다.

우리의 어린 시절, 6.25 전쟁으로 산하는 모두 황폐해지고, 먹을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아이들, 특별한 놀이 기구도 없어 다만 하루 종일 들판이나 뛰어다니는 것이 유일한 놀이였던 시절. 놀다가, 문득 배가 고파지지만, 집엘 들어가도 먹을 것 하나도 없는 것 번연히 아니, 주린 배를 달래며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문득 눈에 들어오는 하얀 꽃송이, 아카시아 꽃.

아카사아 꽃은 우리 어린 시절의 배고픔의 추억의 꽃이기도 하다.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드니 우우 꽃잎이 떨어진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온 형님도 우우 떨어지는 꽃잎 앞에 발걸음을 늦추다 멈추어 선다.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며 “형, 저 꽃 따 먹던 기억나요?” “그럼, 맛있었지.” 아카시아 꽃 아래에서, 아득한 어느 날이 문득 다가와 우리들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가난하고 또 어려웠지만, 문득 우리들 그리운, 그 아련한 추억 속으로 발길을 디디게 한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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