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한 호텔에서 마라톤 협상 끝에 8개 정당이 연립정권을 구성한 가운데 주요 정당 지도자들이 연정 서명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중도 성향 예시 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 극우파 야미나의 나프탈리 베네트 대표, 이슬람 정당인 라암의 만수르 아바스 대표. (출처: 트위터 캡처)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한 호텔에서 마라톤 협상 끝에 8개 정당이 연립정권을 구성한 가운데 주요 정당 지도자들이 연정 서명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중도 성향 예시 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 극우파 야미나의 나프탈리 베네트 대표, 이슬람 정당인 라암의 만수르 아바스 대표. (출처: 트위터 캡처)

野 8개 정당 참여 극적 타결

좌우·아랍계 동거 연정 처음

“접점은 네타냐후 반대뿐”

이념 다양해 정국안정 우려도

연정, 논란될 의제 우회할 듯

네타냐후 반격·의회 투표 변수

[천지일보=이솜 기자] 15년을 넘게 재임한 이스라엘의 역대 최장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71)가 집권 12년 만에 정권 퇴진 위기에 처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파, 중도파, 아랍계 정당들이 모인 연립정권에 의해 축출될 것으로 보인다.

2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 퇴진을 기치로 내건 ‘반(反)네타냐후 블록’ 8개 정당 연합이 새 정부 구성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연정을 주도하는 TV 앵커 출신의 예시 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는 마감 시한을 35분 남기고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에게 나프탈리 베네트 야미나 정당 대표를 총리로 하는 연정 타결 사실을 통보했다.

새 연합의 조건에 따라 베네트 대표는 2023년 9월까지 총리를 역임하고 이후 2025년 11월 의회가 마칠 때까지 라피드 대표가 총리직을 맡게 된다. 라피드 대표는 자신의 총리직 임기가 돌아올 때까지 외무장관을 역임할 예정이다.

이번 연합 정부에는 지난 3월 23일 선거에서 의석을 얻은 13개 정당 중 8개가 참여해 120명으로 구성된 의회에서 과반인 61석을 차지한다.

◆역사적인 ‘무지개 연정’ 성패 주목

이번 합의는 ‘무지개 연정’이라는 이름도 붙여졌는데, 참여한 8개 정당이 각기 이스라엘 정치의 전 영역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을 지지하는 세력에서부터 독립 팔레스타인 국가 지지자들에 이르기까지 종교·이념적으로 뒤섞여 있다.

현지 매체에 보도된 사진에는 라피드, 베네트, 아랍계 이슬람 정당인 라암의 대표 만수르 아바스가 협정에 서명하는 모습이 담겼는데, 각각 중도, 유대 민족주의, 이슬람 정당으로 성격이 달라 합의가 불가능하다는 시각도 있었다. 하레츠 기자인 노아 란다우는 이 사진을 공유하며 “역사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라암은 이스라엘 역사상 처음으로 우파 연합에 합류하게 됐다.

차기 총리 자리를 확보한 베네트 대표는 소프트웨어 사업가이자 육군 특공대 출신으로 네타냐후 총리의 수석보좌관과 경제, 종교, 디아스포라(재외동포), 교육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그는 자신이 네타냐후보다 더 강력한 우파 정치인이라고 자처해왔다.

다른 가치를 가진 이 정당들이 모두 동의하는 한 가지가 있다. 네타냐후가 떠나야할 시간이라는 점이다. BBC는 “네타냐후 총리를 교체하려는 계획을 제외하고 정당들은 정치적으로 공통점이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연정에 참여한 야당 지도자들 중 몇 명은 네타냐후의 전 동맹이며 그의 강경한 견해 중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지만 지난 2년간 4차례나 결론이 나지 않는 선거를 치르고도 그가 집요하게 임기를 유지하면서 나라를 해치고 있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현직 부총리 겸 국방장관인 베니 간츠는 작년 네타냐후의 비상통합정부에 합류했으나 나중에 총리가 공약을 깼다며 이번 정부에 참여하기로 했다. 바일란 대학의 정치학 교수 조나단 린홀드는 워싱턴포스트(WP)에 “아무도 그(네타냐후)의 말을 믿지 않는다. 왜 그럴까”라며 “네타냐후 총리가 개인적 이익을 국가의 이익보다 우선시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일부 분석가들은 이번 연정의 다양성을 환영했으나 다른 분석가들은 구성원들이 너무 달라 지속하기 어려우며 이스라엘의 정치적 기능이 저하될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이스라엘 매체들은 모든 요소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정치 관측통들은 이렇게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뤄진 정부가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을 부활시키거나 점령지에서의 정착촌을 확대하는 등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들은 우회해야 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대신 보수와 진보 정당이 모두 공감하는 경제, 의료, 교육 개선이라는 의제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들 정당 연합은 이제 새 정부와 총리가 취임하기 전 이스라엘 의회인 크네셋에서 신임투표를 통과해야 한다. 다음 주 초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의회 투표에서 이번 연정이 과반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2년 만에 5번째 선거를 치러야 할 가능성도 있다.

◆위기 몰린 네타냐후, 모든 카드 동원

부패 혐의와 싸우는 동안 유임이 절실한 네타냐후 총리는 새 연정이 집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앞으로 수일 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 리쿠드당은 지난 3월 선거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얻었으나 집권 연정을 구성하지 못했다. 그는 이번 새 연합 정부가 이스라엘과 국민을 위험에 빠뜨렸다며 ‘세기의 사기’를 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30년 동안 이스라엘 정치에서 가장 지배적인 인물로, 1990년대 후반 3년간 총리를 역임한 데 이어 2009년부터 지금까지 총 15년 2개월간 총리직을 맡고 있다.

그는 2019년 사기·배임·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으며 총리직에서 물러난다면 면책특권이 거부돼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2년간 무려 4차례나 총선을 치렀는데, 매번 연정에 실패해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면서 교착 상태로 끝났다. 작년 네타냐후 총리가 결성한 통합 정부는 불과 6개월 만에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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