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전광훈 목사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가칭) 국민혁명당 창당 선언 기자회견’에서 창당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5.3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전광훈 목사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가칭) 국민혁명당 창당 선언 기자회견’에서 창당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5.31

지난달 31일 국민혁명당 창당 선포… 2000만 결집 목표

“문재인 대통령은 주사파, 끌어내리고 정권 교체” 주장

국민의 힘 향해선 “이중대”… 오는 6일 창당 축하 집회

목회자 정치참여 국민 대다수 부정 인식… 정교분리 찬성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광훈 목사가 또 정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모양새다. 대선까지 9개월여를 앞둔 가운데 전 목사는 영향력 확대를 위해 신당을 창당했다. 국민의 힘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는 취지다.

제1야당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주사파 정부의 이중대(앞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협력하는 집단 비유) 역할”이라며 날 선 비판을 퍼부었다. 또다시 정치 전면에 나선 전광훈 목사에 대해 일각에선 교계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전 목사는 지난 2018년 한기총 대표회장 취임 이후 문 대통령 하야 시국선언 발표 등 정치 활동을 본격화하면서 도 넘은 막말로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그 어느직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목회자의 막말은 비개신교인에게 부정적 인식을 심어줬고 개신교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이런 가운데 전 목사는 오는 6일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국민혁명당 창당 축하 대면 집회를 예고하는 등 지지자 결집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혁명당(가칭)’은 31일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창당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현장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에도 불구하고 전 목사 최측근인 강연재 변호사, 기독자유통일당 고영일 대표 등 최측근을 포함해 수십여명의 극우 성향 지지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전 목사의 발언이나 현 정권을 비난하는 발언에 손뼉을 치거나 큰 소리로 호응했다. 유튜브 생중계도 이뤄졌는데 1일 1시 30분 기준 5만 2264회였다.

전 목사는 국민혁명당 창당 준비위원장을 맡았다. 마스크를 쓰고 모습을 드러낸 전 목사는 이날도 “대한민국을 해체하고 낮은 단계 연방제를 통해 북한으로 편입하려는 문재인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유 우파를 대변하는 국민의힘 정당이 목숨 걸고 투쟁에 나서야 할 텐데 오히려 ‘중도’라는 이름으로 문재인과 주사파 세력에 대해 이중대 역할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승만의 건국정신과 박정희의 개발 정신을 알지 못하는 자들을 대통령 후보로 지명하려는 의도에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간 애국 운동과 국가 회복 운동을 위해서 목숨 걸고 싸웠던 우리 광화문 애국 세력을 중심으로 한 국민들은 이제 더이상 주사파 정부와 이중대인 ‘국민의힘’ 정당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전광훈 목사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가칭) 국민혁명당 창당 선언 기자회견’에서 창당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5.3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전광훈 목사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가칭) 국민혁명당 창당 선언 기자회견’에서 창당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5.31

전 목사는 대선에 대해 “대한민국이 주사파를 척결하고 자유 통일을 이뤄 G2 국가로 가느냐, 아니면 다시 거짓에 미혹돼 북한으로 가느냐에 대한 결정적 선거”라며 “이에 대해 역사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광화문집회에 참여했던 1150만명의 국민을 중심으로 해 새로운 정당을 선포한다”고 했다.

국민혁명당은 사실상 반공극우 성향의 정강·정책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 목사는 “보안법을 지켜내고 동성애, 이슬람, 차별금지법, 공수처법과 주사파 정부가 만든 합법들을 원천 무효화하겠다”면서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을 속히 해체하고 중국으로 기울어진 대한민국을 바로 잡고 한미동맹을 미국과 이스라엘 동맹의 수준까지 끌어올려 박근혜, 이명박, 이재용을 사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속히 문재인을 탄핵하고 주사파를 척결해 자유통일을 이루는 기반을 만들겠다”며 “주사파 정부의 중도라고 가장한 국민의힘 정당의 기회주의적인 행위도 용서하지 않겠다. 마지막 기회인 차기 대통령 후보 지명권을 애국 국민들이 행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회견장에는 정치, 교육, 종교, 시민단체 등 전 목사에 동조하는 인사들이 대거 나와 문 대통령과 현 정권에 대한 수위 높은 발언을 이어갔다.

전 목사는 국민혁명당에 2000만명의 당원이 가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선거 날짜도 우리가 앞으로 당겨서 8월 15일까지 문재인을 반드시 끌어내고 목숨 걸고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겠다”고 했다.

전 목사가 국민혁명당에 2000만명의 당원을 목표로 한다곤 했으나 사실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는 종교인의 정치 참여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실제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 지난 2012년 정교분리(정치와 종교의 분리)와 관련한 시민의식을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교분리원칙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67.2%의 응답자가 ‘찬성(전적으로 찬성 45.7%, 대체로 찬성 21.5%)’한다고 답했다. 반면 ‘반대(대체로 반대 8.4%, 전적으로 반대 4.5%)’ 의사를 밝힌 이들은 12.9%에 그쳤다. 국민 3명 가운데 2명은 종교인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 모습 ⓒ천지일보 DB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 모습 ⓒ천지일보 DB

앞서 전 목사가 문재인 하야 집회를 주도하며 정치적 발언을 일삼을 때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 목사가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헌법 제20조 2항을 위반하고 있다”며 한기총 해체와 전 목사 구속을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는데 당시 20만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또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실시한 ‘2020 종교 및 종교인 관련 인식 조사’ 결과도 살펴보면 한국 종교계의 문제로 ‘정치개입’을 지적한 응답자는 32%로 적지 않았다.

교계 내에서도 목회자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소속의 한 목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인인지 목회자인지 구분을 못 할 정도”라며 “정치를 하고 싶다면 목사를 내려놓으면 된다. 정교분리라는 장치가 적용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종교를 이용한 정치는 용납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반면 일부는 교회가, 더 나아가 기독교인들이 정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일례로 2014년 감리교 월간 소식지 기독교세계 1000호 발간을 기념해 실시한 감리교인 신앙조사에서 ‘한국 개신교가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항의 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교인은 53.9%에 달했다.

또 정원범 대전신학대학교 교수는 한국기독공보 기고글을 통해 “우리 기독교인은 정치, 경제, 사회라는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도록 해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독교인은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며 “성경에서의 최고의 계명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 이웃을 사랑하고자 한다면 사람들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고,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는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으면서 이웃을 진정으로 사랑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신앙과 정치의 분리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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