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not caption

“고독사는 70대가 더 많을까요, 아니면 50대일까요?”

임상심리학자인 매들린. L 반 헤케는 인간에게는 누구에게나 블라인드 스팟(Blind spot)이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사이드 미러에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처럼 말이다. 중요한 것은 똑똑한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이런 블라인드 스팟이 있을 수 있는 점은 인정하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차브리스(Christopher F. Chabris), 대니얼 사이먼스(Daniel Simons)는 한 실험으로 2004년 이그노벨상을 받는다. 이 상은 남들이 잘 생각하지 못하는 기발한 아이디어에 높은 평가를 하기로 유명하다. 그들이 한 실험이 바로 그 유명한 투명한 고릴라 실험이다. 1999년 두 사람은 35명의 학생들에게 영상을 보여줬다. 영상 안에서는 3명씩 팀을 짜고 농구 패스를 하고 있었다. 이때 패스 횟수를 세도록 한다. 이는 정말 쉬운 미션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영상 시청이 끝나고 난데없는 질문이 이어졌다. “고릴라가 지나가는 것을 봤나요?” 그럴 리가 있느냐고 많은 학생들이 당황했다. 하지만, 다시 영상을 돌려보니 전체 75초의 영상 가운데 44초 즈음에 고릴라가 등장하고 있었다. 더구나 가슴까지 쾅쾅치는 모습이었다. 물론 진짜 고릴라는 아니고 고릴라 복장을 한 사람인데 춤까지 췄다. 그렇다면 왜 많은 이들은 이를 눈치채지 못했을까? 그것은 농구 패스에 너무 집중했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다중 작업(multitasking)을 많이 하는 천재들이 등장하고는 하지만 우리 일상에서는 힘든 일이고 때로는 그러한 시도가 위험할 수도 있다.

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보행자 교통사고가 많은 도시를 조사했더니 보행자가 적은 곳에서 사고가 많았고, 보행자가 많은 곳에서는 적었다. 이유는 보행자가 많은 곳에서는 거리에 보행자가 많은 것을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전거나 킥보드의 접촉 사고가 많은 지역도 이런 특징과 관련이 있다. 자전거나 킥보드가 나오리라 예상하지 못한 상황일수록 사고가 많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은 유품 정리사를 소재로 화제가 된 드라마인데, 고독사에 대해서 휴머니즘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흔히 배려 받아야 할 것 같은 아스퍼거 장애를 갖고 있는 주인공이 오히려 마지막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고인들의 마지막 못다 한 말들, 회한들을 풀어주고 화해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는 다양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젊은이부터 노인, 비정규직 노동자부터 의사에 이르기까지 직업도 다양하다. 갈수록 문제가 되고 있는 점은 혼자 사는 인구가 늘어나고, 고독사하는 경우도 증가하는 점이다.

즉, 블라인드 스팟이 발생한다. 얼핏 노년층에서 고독사가 많을 듯하지만, 최근에는 노년층보다는 중장년층에서 증가하고 있다. 이유는 노년층은 가족이나 정책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지만 중장년층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건강하고 경제활동도 한창일 연령대라고 간주된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건강하고 경제 활동에 적극적일 20~30대의 고독사도 분명히 상당수 있다. 아직도 솔로 라이프에 대해서 트렌드 관점에서 장밋빛으로 다루는 경우가 있다. 물론 경제가 고도성장을 이루고, 경기가 활황일 때는 싱글 라이프가 멋져 보인다. 하지만 1인 가구의 현실은 경제 현실만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의 건강을 제대로 유지할 때 가능한데 현실은 녹록치 않다. 또한, 당연하게도 동거인이나 가족이 함께 살고 있다고 해서 고독한 마지막 길이 없을 수는 없다. 가족 안에서 방치되는 삶은 더욱 더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불행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블라인드 스팟은 주의가 필요하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