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전광훈 총괄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 앞 전 차로에서 열린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서 발언하자 참석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천지일보 2020.1.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전광훈 총괄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 앞 전 차로에서 열린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서 발언하자 참석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천지일보 2020.1.4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의 반정부 집회와 반정부 기조에서 비롯된 방역 비협조 등 최근 한국교회는 ‘극우 정치집단화’ 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 목사에게 동조하는 목사들과 신도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빨갱이’라 규정하며 정부가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반대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에도 ‘종교 탄압’이라 불만을 표출하며 보란 듯이 대면 예배를 강행해 사회로부터 큰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각종 극우적 성향의 정치 논리들을 ‘하나님의 뜻’이라 믿으며 행동하고 있다. 이는 곧 개신교의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진 모양새다. 최근 한국갤럽이 진행한 ‘한국인의 종교’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신교에 대한 호감도는 불교(20%)와 천주교(13%)보다 낮은 6%를 기록했다.

교계에서는 극우 성향을 가진 개신교인이 과잉 대표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진보 성향의 개신교 시민단체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과 크리스챤아카데미는 25일 서울 종로구 대화의집에서 ‘극우 개신교는 기독교를 어떻게 과잉 대표하게 되었나?’라는 주제로 온라인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보수 교회의 극우화에 대한 복음주의적 진단과 대응’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박성철 교회와사회연구소 소장은 오늘날 교회의 극우화는 “극단주의 정치세력과 결탁한 기독교 근본주의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제주 4.3사건과 서북청년회의 비극에서 알 수 있듯이 광복 이후 한국 사회에서 근본주의자들과 극단주의 정치세력의 결합은 종종 발생했다. 1980년대까지는 외적으로 정교분리를 주장해온 근본주의자들이 87년 민주화 항쟁으로 군사독재 세력이 퇴조하고 2016년의 촛불집회로 박근혜 정권이 무너지면서 더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정치세력을 찾지 못하게 되자 교회의 정치화에 나섰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근본주의자들은 전광훈 목사를 내세워 직접적으로 공론장을 왜곡하기 시작했다”며 “태극기집회 같은 극단주의 세력과 결탁해 가짜뉴스를 생산, 유포하고 이를 종교적으로 정당화하는 행위로 정치세력화에 다가가려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태극기집회라고 말해지는 세력은 이러한 기독교 근본주의 정치세력 극우화 돼있는 기독교인들의 결합체라고 볼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0년을 시작으로 올해 초까지도 이런 극우 기독교 세력의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됐다. 더욱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이러한 한국교회의 건강하지 못한 모습을 가감 없이 표출했다고 박 교수는 분석했다.

그렇다면 개신교 극우세력은 정말 한국교회의 주류적 흐름을 형성하고 있을까. 박 소장은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의 ‘2020 개신교인의 인식조사’에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매우 보수’라고 답한 이들이 4.3%에 불과하고, ‘약간 보수’가 24.5%, ‘약간 진보’가 29.5%로 나타난 것을 언급하며 “극우 성향 개신교인의 목소리가 한국교회를 지나치게 대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극우 성향의 개신교인들은 기독교 근본주의의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독교 근본주의의 특징으로 ▲전근대적 종교 전통에 대한 집착 ▲분리주의적 강박관념 ▲반대자 혹은 비판자에 대한 공격성 ▲가부장적 권위주의 등을 꼽으며 이러한 영향은 곧 극단적인 배타주의와 편집중적 반공주의, 젠더 차별의 종교적 정당화 등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근본주의자들의 문자주의적 성서 이해는 한국교회 내 성평등 의식과 성 인지 감수성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창조과학·반동성애 등 일부 극우 개신교인들이 내세우는 주장에 대해, 그동안 사회적으로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 왔던 복음주의 진영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했다.

김혜령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역시 ‘건강한 신앙적 담론마저 싹을 잘라버리는 반지성주의’를 개신교의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이어 그는 “복음주의를 표방한 극우 반지성적 집단에 의해 많은 (복음주의) 신학자·목사의 입에 자물쇠가 채워졌다”며 “더 정확히는 겁에 질리거나 귀찮은 것이 싫어 스스로 입에 자물쇠를 달았다. 아무리 하나님 말씀을 사모하고 예수의 이웃 사랑을 가슴에 담고 실천한다고 해도, 이 자물쇠를 풀지 못하면 극우적 병폐라는 싹은 한국교회에 계속 돋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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