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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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14조는 거주·이전의 자유를 규정해 보장하고 있다. 이 헌법 규정은 거주와 이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데, 거주는 어느 장소를 생활의 중심지로 해 머무는 것이고, 이전은 장소나 주소 등을 다른 데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거주·이전의 자유에는 입국과 출국의 자유가 포함된다. 또한 출국의 자유로부터 국적이탈의 자유도 끄집어낼 수 있다. 출국에는 외국 여행이나 체류도 있지만 소속된 국가를 벗어나는 것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소속된 국가를 떠난다는 것은 국적을 옮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적은 국민의 자격과 소속을 의미한다. 헌법 제2조 제1항은 국민의 요건을 법률로 정한다고 하여 국적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국민은 주권 및 영역과 더불어서 국가의 구성요소이다. 또한 국민은 주권의 행사자인 포괄적 추상적인 개념으로서 국가를 구성하는 요소와 관련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헌법상 기본권의 주체와 관련된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국민이 되는 자격, 즉 국적에 대해서는 국적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국적은 성문 법령을 통해서가 아니라 국가의 생성과 더불어 존재하는 것이므로, 헌법의 위임에 의해 국적법이 제정되어도 그 내용은 국가의 구성요소인 국민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현실화하는 헌법사항을 규율하는 것이다. 입법정책상 국적보유자는 실질적으로 주권 행사의 주체이면서 기본권을 행사하는 주체가 되므로 스스로 그러한 의사를 가진 주체로 한정해야 한다.

국적법 제12조는 복수국적자의 국적선택의무가 규정돼 있다. 이 규정을 보면 우리나라는 원칙적으로 단일국적주의를 채택하면서 예외적으로 복수국적을 허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적법을 보면 만 20세가 되기 전에 복수국적자가 된 자는 만 22세가 되기 전까지, 만 20세가 된 후에 복수국적자가 된 자는 그때부터 2년 내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하는데, 대한민국에서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아니하겠다는 뜻을 서약한 복수국적자는 제외한다.

복수국적자 중 남자는 병역의 의무를 이행해야 복수국적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병역법에 따라 병역준비역에 편입된 사람은 편입된 때부터 3개월 이내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국적법 제14조는 복수국적자로서 외국 국적을 선택하려는 사람이 외국에 주소가 있는 경우에만 주소지 관할 재외공관의 장을 거쳐 법무부 장관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한다는 뜻을 신고할 수 있다. 국적법은 병역준비역에 편입된 복수국적자가 편입된 때부터 3개월 이내에 국적이탈을 하지 않으면 병역의 의무를 이행할 때까지 국적이탈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들은 2020년 9월 24일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음으로써 개정돼야 할 운명에 처하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병역준비역에 편입된 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해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병역준비역이 국적선택 기간이 지났다고 해도 그 기간 내에 국적이탈 신고를 못한 정당한 사유가 있고 병역의무 이행의 형평성을 훼손하지 않는다면 국적이탈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봤다. 외국에서 출생해 대한민국에 출생신고도 하지 않고 외국에서만 생활하고 있는 복수국적자에게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병역의무의 이행을 요구하면서 국적이탈을 못 하도록 하는 것은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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