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여야 대표 오찬 간담회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정의당 여영국 대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문 대통령,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 2021.5.2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여야 대표 오찬 간담회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정의당 여영국 대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문 대통령,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 2021.5.26

김기현, 식사보다 날선 맹공

文, 답변 대신 “경청하는 자리”

野, 백신·부동산·세금 문제 공세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26일 122분간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들과의 청와대 회동은 현안에 대한 여·야·정의 입장차만 드러내다 끝났다. 한미정상화담의 성과를 공유하고 국회의 초당적 협력을 당부하기 위해 모였지만, 치열한 기싸움만 이어가다 끝난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 등 야권은 “언제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느냐” “주택 문제도 지옥이고 세금 폭탄 문제도 심각하다”며 모두발언부터 국정 현안 전반을 맹렬히 비판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5당 대표 오찬 간담회는 이날 오전 11시 30분부터 1시 32분까지 2시간 가량 진행됐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여야 당 대표들과 회동을 가진 것은 이번이 일곱 번째로 지난해 2월 28일 국회 회동 이후 1년 3개월여 만이다.

이번 회동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정의당 여영국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참석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 오찬간담회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이 발언하고 있다.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 2021.5.2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 오찬간담회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이 발언하고 있다.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 2021.5.26

회동 분위기는 모두 발언에서부터 냉각됐다. 문 대통령은 “한·미 동맹이 포괄적 동맹으로 발전함에 따라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고 평화의 시계를 다시 돌릴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또 이번 방미 성과에 대해 설명하며 “국회의 초당적 협력을 기대하며 회담의 성과를 잘 살려나갈 수 있도록 정치권이 지혜를 모아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 이후 각 당 대표들은 문 대통령에게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야권은 백신 스와프 불발과 부동산 정책 등에 관해 공세를 폈다.

문 대통령 이후 마이크를 잡은 김 대표 대행은 “군인 55만명의 백신이 확보된 것은 다행스러우나 백신 스와프를 통해 백신이 확보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국민들은 언제 마스크를 완전히 벗을 수 있는지 믿을 수 있는 계획표를 확실하게 보여달라고 말하고 있다”고 백신 협상과 관련해 부족함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영업자 손실보상 문제, 일자리와 부동산 정책, 암호화폐, 탈(脫)원전 정책 등의 핵심 현안들을 조목조목 제시하기도 했다. 김 대표 대행은 “주택 문제도 지옥이고 세금 폭탄도 너무 심각하다”며 “집을 가진 것도, 못 가져도, 팔 수도 없는 것도 고통이다. 애꿎은 국민들이 투기꾼으로 몰려가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불러온 결과”라고 날을 세웠다.

안 대표도 이에 가세했다.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며 “단순 병입 수준의 협의에 머물렀는데, 기술이전까지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 오찬간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 2021.5.2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 오찬간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 2021.5.26

여권의 분위기는 상반됐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선언을 기초로 외교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 것은 커다란 성과”라며 “미국의 모습을 본받아 국회도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에 초당적으로 (협력해)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두 발언 이후 문 대통령과 당 대표들은 비공개 오찬을 가졌다. 이날 오찬 식탁에는 유자 마늘소스 새우말이 냉채, 밤 죽, 미나리향의 고추소스 찜, 오색 전복갈비찜, 비빔밥, 아욱된장국, 나박김치, 백김치, 계절과일과 오미자 냉채 등이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과 화합의 의미를 담은 비빔밥이 비벼졌음에도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오찬 중 이어진 야당 대표들의 질문에 직접 답변하면서도 진지하게 대화에 임했다고 알려졌다. 다만 모두 발언 때와 마찬가지로 야권의 공세가 이어지며 유화적인 분위기로 흘러가지 않았다는 후문이 나왔다.

김 대표 대행은 오찬을 마친 후 국회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자신의 질문과 요구에 대부분 답을 주지 않았다며 “문 대통령과 인식을 같이 한 것이 거의 없는 것 같다”고 총평을 내놨다. 김 대표 대행은 백신 수급과 관련한 여야정 협의체 가동, 부동산세 부담 완화, 코로나19 손실보상 소급 적용 등을 요구했으나 문 대통령은 답변 대신 “경청하는 자리”임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는 비공개 회의가 시작되자 “(당초 회담에서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던) 한·미 백신 스와프가 왜 성사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백신 스와프는 정상회담의 의제가 아니었다”며 “이미 백신이 충분히 확보됐다. 스와프를 할 단계를 넘었으니 믿고 기다려달라”고 답했다.

또 답변 중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방역원칙과 함께 김 대표 대행이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 발언을 이어가느라 청와대가 준비한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하는 일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김 대표 대행이 계속해서 백신 수급 및 접종 속도에 우려를 표하자 문 다소 퉁명스럽게 “그만 걱정하시라”고 말하는 장면도 있었다.

그러자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나서서 접종을 독려할 수 있게 여야가 공동성명이라도 내자고 제안했으나 이에 대한 호응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경우, 방미 성과를 환영했지만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와 한미연합군사훈련 등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고 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시작전권은) 여전히 조건부로 회수한다고 표현돼 우리 공간이 너무 축소돼 있다”며 개선 필요성을 제안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아쉬움을 인정한다”며 “그 귀속 책임이 우리에게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한미 간 논의를 긴밀히 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시행과 관련해선 여권에서 취소나 연기 주장을, 야권에선 정상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자, 문 대통령은 여건상 과거와 같은 대규모 대면훈련을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추후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 오찬간담회에서 정의당 여영국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 2021.5.2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 오찬간담회에서 정의당 여영국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 2021.5.26

딱딱했던 분위기와 별개로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작은 선물을 주고받았다. 정의당 여영국 대표는 산업재해로 숨진 고(故) 이한빛 PD의 어머니가 쓴 책과 편지, 김용균재단이 제작한 ‘죽지 않고 일할 권리’ 배지 등을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환담 전에 책과 기념품을 (대통령이) 받았다”며 “성의있게 가져오셨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은 회동을 마치고 참석자들에게 협치와 화합의 의미를 담은 스트라이프 넥타이를 선물했다. 감색 바탕에 4가지 색(파랑·빨강·노랑·주황)이 사선으로 들어간 넥타이로, 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16일 국회 개원연설에서 착용한 것과 같은 디자인이다.

파란색은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빨간색은 국민의힘, 노란색은 정의당, 주황색은 국민의당의 상징색이다.

넥타이가 상자 안에는 개원연설 당시 문 대통령을 촬영한 사진과 함께 “파랑, 분홍, 노랑, 주황을 조화롭게 디자인해 코로나로 인한 국가 위기를 통합과 화합의 정신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여망을 담아 제작했다”는 설명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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