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5년 하안거(夏安居) 입재일인 26일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월정사에서 스님들이 신축년 하안거 결제 법회를 봉행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불기 2565년 하안거(夏安居) 입재일인 26일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월정사에서 스님들이 신축년 하안거 결제 법회를 봉행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불교계 석달 간 전국 100여개 선원서 돌입
“마음에 장애물 있다면 진리 구할 수 없어”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오직 화두(話頭) 타파에 목표를 두고 바위처럼 흔들림 없이 혼신의 힘으로 정진에 정진(精進)을 거듭해야 한다.”

출가한 승려들이 일체의 외부 출입을 끊고 오직 수행에만 몰두하는 하안거(夏安居)가 26일부터 석달 간 전국 100여개 선원에서 시작됐다.

법요식은 이날 오전 대한불교조계종 제14교구 본사인 부산 금정구 금정총림 범어사 경내 보제루에서 봉행됐다.

범어사 방장 지유스님은 하안거 정진에 들어가는 스님들에게 “마음을 가리는 장애물이 있다면 진리를 구할 수 없다”며 무심이 곧 진리라는 ‘무심시도(無心是道)’를 강조했다.

조계종 종정(종단의 원로격인 정신적 지주) 진제스님은 하안거를 앞두고 전날 발표한 결제(結制) 법어에서 “여름과 겨울에 대중들이 모여 안거를 하는 것은 오직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혜명(慧命)을 잇고 광도중생(廣度衆生)하기 위함”이라며 “태산(泰山)을 넘기는 기상(氣像)의 신심(信心)과 바다를 건너는 불퇴전(不退轉)의 일일발심(日日發心)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반연(攀緣)은 끊고 시비(是非)는 내려놓고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처럼 옆도 보지 말고 오직 화두타파에 목표를 두고 선지식(善知識)으로 인가(認可)받을 때까지 바위처럼 흔들림 없이 혼신의 힘으로 정진에 정진을 거듭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불교태고종 종정 지허스님도 이날 낸 하안거 결제 법어를 통해 “본분납자(本分衲子: 승려)에게 결제나 해제가 분별이 있을 리 없지만, 하안거 결제라 하니 어디서든 본분화두가 순일(純一)한지 스스로 점검하고 정진 일로를 갈 뿐”이라며 멈춤 없는 수행을 당부했다.

앞으로 석달 동안 동안 스님들은 새벽 3시에 기상해 밤 9시에 취침하면서 매일 108배를 하고 화두만을 든 채 하루 10시간씩 참선을 한다. 철저한 대중생활을 하게 되며 참선 장소인 큰방에서는 묵언을 해야 하고, 선원 밖으로는 출입을 할 수 없게 된다.

또 스스로 자신을 칭찬하거나, 물건을 부수고 분열을 일으키는 일을 하면 안 된다.

몇 안거를 났느냐에 따라 승려의 수행 이력이 되기도 한다.

하안거는 인도에서 유래됐다. 비가 많이 오는 여름철 석 달 동안 수행자들이 한곳에 머물면서 좌선 수행에 전념하는 것이다.

안거는 산스크리트(법어)의 ‘바르샤’를 번역한 말인데 우기(雨期)를 뜻하며 하행(夏行) 하경(夏經) 하단(夏斷) 하좌(夏坐) 좌하(坐夏) 백하(白夏) 등으로 불린다.

인도에서는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우기가 되면 땅속에서 작은 벌레들이 기어 나오기 때문에 걸어 다니다 보면 벌레들을 밟아 죽일 염려가 있었고 또 교통이 불편한데다가 각종 질병이 나도는 경우도 있어서 돌아다니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부처는 제자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우기의 석 달 동안 돌아다니는 것을 중지하도록 했는데, 여기에서 안거가 유래됐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