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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건축사라면 한번쯤은 클라이언트에게 들어봤을 1호 질문이 있다.

“건축물을 예쁘게 설계하면 공사비가 많이 들지요?”

“물론입니다. 평범한 것 보다 신경 쓸 것도 많고 챙길 것도 많으니 당연히 그만큼 더 비용이 듭니다. 근데 왜 예쁘게 건물을 만들어야 하는지 항상 의문이 듭니다. 추한 것 보다는 좋겠지만 그렇다고 다른 직접적인 이득이라도 생기는 것도 아니고… 가령 건물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의도된 디자인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뿐이 아니였던가요?”

스위스 바젤의 기존 양조장을 개조한 WARTECK 건물은 특별하다. 덧붙여진 개구지게 만든 계단 하나가 건물을 살린 것이다. 건물사이에 있는 계단인데 삐쭉하고 빙빙 휘감고 요란하고… 이것을 예쁘다고 해야 할지 특이하다고 해야 할지 잠시 생각해보다가 이것은 인간의 내면에 숨어 있는 즐거움을 찾아낸 심리건축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내 속에 있는 심리로는 도저히 상상도 못했던 건축이고, 특이한 형태이고, 계단을 오르며 강을 볼 수 있는 계단 본연의 기능에도 충실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속 깊숙이 있는 가려운 심술보를 시원하게 끌어주는 느낌이고… 이 건축물을 보고 있으면 아름답기만 하면 다 용서되는 것이 건축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인간 내면에 숨어 있던 그 무엇을 끄집어내줘야 하고, 삶이 더 풍성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름다움 보다 더 앞선 것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무겁고 힘들고 고된 건축의 무엇이 아니고 가볍고 신선하고 개구지고 엉뚱하고 그 어떤 수식어도 대변하지 못할 재미가 있어도 창피하지 않고 신나고 훌륭하게 받아들일 인간이 그 건물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예정이고, 이런 모든 것을 수용하고 포용하고 너그럽게 용서하며 투자해 줄 건축주가 있다면 머지않아 모든 이가 행복해질 세상이 올 것이다.

왜냐하면 건축물은 짓는 순간 공공의 것이 되니깐 말이다.

22세기는 모두가 해맑게 웃을 수 있는 해학적인 건축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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