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너를 키우니

이은봉(1953 ~  )

버들잎 하나 네 마음 속 뾰쪽뾰쪽 버들잎 하나 이슬처럼, 아침 이슬처럼 
아프게 맺히는 그리움 하나 그리움이 너를 키우니

둑방길 옆, 낮은 풀더미를 흔들며, 귀또리가 울고, 휘파람이 울고, 
무엇이 너를 키우니 서러움이 너를 키우니 첫사랑이, 첫사랑의 상처가.

 

 

[시평]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가. 우리를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그 힘은 과연 무엇에서부터 비롯되는가. 아마도 그것은 기쁨, 슬픔, 그리움, 쓸쓸함, 아픔과도 같은 마음의 움직임이 우리 내면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만약에 우리에게 이러한 마음의 움직임이 없다면, 우리는 과연 살아갈 맛이라는 게 있기나 한 걸까.

그래서 시인은 마음 속 뾰쪽뾰쪽 버들잎 하나, 버들잎에 맺히는 아침 이슬처럼 투명하지만, 이내 사라질 그 아침 이슬의 아픔이, 그러한 그리움으로 움직이는 마음이 우리를 키우는 가장 원초적인 힘이라고 노래한다.

그런가 하면, 아무런 생각 없이 무작정 혼자 걸어보는 둑방길, 그 옆 낮은 풀더미 흔들며 울고 있는 귀뚜라미, 그 소리 들으며 아련히 떠오르는 첫사랑, 그 첫사랑의 상처가 흔들어놓는 그 마음이 우리를 우리답게 키우는 힘이라고 시인은 노래한다.

기쁨, 슬픔, 그리움, 쓸쓸함, 아픔이라는 마음의 빛깔도 없이, 그리하여 다만 본능에 의한 욕구를 따라 사는 삶, 본능 만에 이끌려 사는 그런 삶이라면, 우리의 삶, 저 캄캄한 어둠 속 서로 차지하려고 가릉거리며 울부짖는 길고양이들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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