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유명 사찰 앞에서 개신교인들이 찬송가를 부르며 행사를 방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봉축법요식이 시작될 무렵 조계사 일주문 앞에는 10여명이 몰려들어 찬송가를 부르며 “하나님의 뜻을 전파하러 왔다”고 소리쳤다. 또 이들의 팻말에는 ‘오직 예수’ ‘손으로 만든 불상도 다 우상’ 등 성구뿐 아니라 불교를 노골적으로 폄훼하는 내용도 있었다.

기독교는 유일신 하나님을 믿고, 그 아들 예수를 메시아로 믿으며 성경을 경전으로 삼고 있다. 우상숭배 금지는 십계명 중 첫 계명이다. 실제 과거 우상숭배로 인해 이스라엘이 멸망 당한 성경 역사도 있다. 그러나 당시와 달라진 시대적 환경적 배경을 무시하고 문자에 매인 행동은 자칫 자신이 믿는 신을 욕되게만 할 뿐이다. 구약시대는 문자대로 행하던 율법시대였지만 예수 이후로는 표면적인 뜻뿐 아니라 이면적인 말씀을 깨달아 행하는 시대다.

이 우상숭배에 대해 사도바울은 ‘탐심(貪心)’이라고 기록했다. 또 ‘사람 모양이지만 말도 못하고 능력도 없는 우상’의 특성을 들어 구약 선지자는 진리를 말하지 못하는 거짓목자도 우상이라고 기록했다. 그러니 오늘날 신앙인이라면 남을 정죄하기 전에 세속적 욕심과 진리없는 목자를 좇는 우상숭배부터 중단해야 할 것이다.

성경 내용은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귀결된다. 그리고 예수는 ‘원수도 사랑하라’했다. 예수의 가르침을 제대로 알거나 공동체 사회에서 어떻게 행해야 하는지 상식과 도덕성만 있어도 이번 일 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님의 뜻을 전파하러 왔다는 10여명 개신교인들의 무분별한 행동은 상식있는 기독교인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나아가 기독교에 대한 혐오감만 더 키우는 결과를 만들었으니 과연 이것이 하나님 뜻이었을지 의문이다.

자신의 양심을 따라 종교를 택하고 종교적 신념을 갖는 것은 비방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는 다종교 국가에서 노골적인 타종교 폄훼는 분명 바람직하지 않다. 종종 일어나는 단군상이나 불상 파괴도 마찬가지다. 누구를 비난하기 전에 성경의 뜻을 먼저 알기를 구하는 신앙인이 된다면 적어도 자신의 신을 욕 먹이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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