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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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 보이’ 박태환 은퇴 이후 바닥을 드러냈던 한국 수영이 새 싹을 돋우며 튼튼한 뿌리를 내릴 채비를 보이고 있다. 2019년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수영은 경영에서 김서영(27)을 제외한 선수 전원이 결선 진출에 실패해 큰 실망감을 주었다. 박태환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 가를 실감했다. 메달권은 생각지도 못하고 준결선에 진출한 선수조차 4명에 불과했을 정도로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심지어 선수들의 기록은 국내 대회보다도 좋지 않았다. 한국 수영계는 큰 자괴감과 위기의식으로 어찌할 줄을 몰랐다.

지난 2년간 한국수영에 관심을 두는 이들은 전무했다.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충격이 워낙 컸기 때문에 누구도 알고 싶어하지 않았다. 다만 수영인들만이 물밑에서 다시 ‘제2의 박태환’을 배출하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모습이었다.

마침내 한국수영의 새 모습이 떠올랐다. 지난 주 제조종합경기장 실내수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경영 국가대표 선발전에서였다. 5일동안 한국신기록이 쏟아졌다. 그것도 10대 선수들이 기록의 중심을 이뤘다. 대부분 2년 전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서도 출전했다. 당시 뼈아픈 좌절을 맛본 후 이들은 이를 악물고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가장 주목을 받은 선수는 황선우(18·서울체고)였다. 그는 박태환이 떠난 남자수영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로 꼽힌다. 이번 선발전 자유형 100m에서 한국신기록(48초04)을 세운 데 이어 200m서도 세계주니어기록(1분44초96)으로 도쿄행 티켓을 따냈다. 황선우는 혼계영 400m까지 포함해 한국신기록을 혼자서 4개나 작성했다.

황선우는 박태환도 한눈에 알아본 수영 유망주였다.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끝난 3개월 뒤 전국체전에서 박태환이 고교 선수 중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라며 추천을 했다. 그는 이후 눈부신 발전을 보이며 이번 선발전에서 세계 수준급 기량을 과시했다. 현재 그의 기록향상 속도를 보면 도쿄올림픽에서 박태환 때의 전성기에 버금가는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수영계의 평가이다. 특히 그의 자유형 100m기록은 그동안 아시아선수들이 범접할 수 없는 벽으로 여겨졌던 결승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조성재(20·제주시청)는 남자 평영 100m에서 59초65로 한국 선수 최초로 1분 벽을 깨뜨리고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을 확정했다. 평영 100m에서 1분 안에 레이스를 마친 것은 조성재가 한국 선수 중 처음이다. 조성재도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했지만 예선탈락의 쓴 경험을 갖고 있었다. 이후 평영의 대들보로 자리잡으며 이번 선발전에서 100m와 200m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아직 평영의 경우 세계 수준과는 2초가량 차이가 나지만 개인적으로 첫 올림픽 출전이라 앞으로 기록향상이 기대되고 있다.

여자수영에서도 2006년생 이은지(오륜중)가 배영 100m에서 한국신기록(1분00초03)을 작성했다. 이은지는 배영 200m에서도 1위, 올림픽 A기준 기록을 통과해 두 종목 모두 도쿄올림픽에 출전한다. 한국에서 중학생이 올림픽 기준기록을 통과한 건 이은지가 처음이다.

올림픽 경영 경기에는 일정한 기록을 통과해야 출전할 수 있다. 국제수영연맹(FINA)이 승인한 대회에 출전해 A기준기록을 통과한 선수 중 종목별로 한 나라에서 두 명까지 출전할 수 있다.

만약, A기준기록 통과자가 1명뿐이면 그 종목에서는 해당 선수만 자국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나설 수 있다. 그만큼 사전에 기록에 의해 출전선수를 거른다. 한국수영은 도쿄올림픽에는 경영부문에서 총 12명이 출전한다.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의 실패를 경험 삼아 도쿄올림픽에서는 세계를 놀라게 할 ‘제2의 박태환’이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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