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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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을 위해 숲을 베겠다고? 도대체 우리 숲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간벌이나 조림이 아니라 탄소중립을 위해 멀쩡한 숲의 나무를 베어내다니. 그것도 우리 산림의 70%를 차지하는 30~50살 나무들을 베어내겠다니 도대체 제정신인가.

산림청이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방안으로 오래된 숲의 나무를 베어 내고 어린 나무를 심겠다는 이른바 ‘산림부문 탄소중립 추진전략안’은 그 발상부터 잘못됐다. 수령 30~50년 이상 나무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생장할 나무들이라 적절한 간벌로 덩치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나무를 베겠다니 무슨 황당한 계획인가? 산림청이 아니라 산림파괴청이다.

산림청은 30~50년생 나무들은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말대로 과연 침엽수는 30살, 활엽수는 20살이 지나면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지는 늙은 나무가 될까? 절대 아니다. 산림학계에서는 오랫동안 숲은 150년 정도 노령화되면 결국 이산화탄소 흡수량과 배출량이 같아지는 탄소중립 상태에 들어간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얼마전부터 더 넓은 범위와 다양한 환경의 숲에서 진행된 연구를 통해 상반된 연구 결과가 쌓이면서 이런 믿음마저도 허물어져 가고 있다. 즉 150년이 지나더라도 탄소 흡수 능력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30~50년생은 말해 무엇할까.

그리고 실제 숲에서 베어낸 나무들의 나이테를 조사한 결과 산림청의 주장과는 달리 30년이 지나면 오히려 탄소흡수 능력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벌목에 의해 잘려나간 50살 정도 된 지름 50~60cm의 잣나무 나이테를 세어 본 결과 30살이 넘으면 나무가 늙어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진다는 산림청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30살까지는 나이를 세기 어려울 만큼 나이테 간격이 아주 촘촘했으나 30살이 넘어가자 나이테 간격이 폭발적으로 넓어지는 것이 관찰됐다. 산림청의 주장과는 달리 30살이 넘으면 탄소흡수 능력이 왕성하게 증가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름 50cm의 소나무 역시 잣나무와 같은 형태를 띠고 있음이 조사됐다. 침엽수는 30살이 넘으면 탄소흡수 능력이 떨어진다는 산림청의 주장과 상반된 결과인 것이다. 참나무와 같은 활엽수도 침엽수와 별반 다르지 않음이 발견됐다. 산림청은 활엽수는 20살이 넘으면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진다고 했지만 참나무 역시 20살까지는 나이테 간격이 아주 좁은 반면 20살을 넘어 40살에 이르기까지는 나이테 간격이 더 넓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나무가 성장한다는 것은 탄소를 흡수하는 과정이기에, 나이테가 더 넓다는 것은 그 만큼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해 몸에 고정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만일 산림청의 주장이 맞다면, 30살까지의 나이테 간격이 더 넓고, 30살부터는 나이테 간격이 더 좁아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30살이 넘어서자 나이테 간격이 이전에 비해 몇 배나 증가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이러한 사실은 정부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설사 30살이 넘어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진다 할지라도 그것이 숲의 나무들을 베어낼 명분은 되지 못한다. 탄소 흡수는 숲의 많은 역할 중 일부분일 뿐이다. 그리고 백보 양보하여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산림청의 벌목과 조림 효과가 극대화되려면 숲에서 베어진 크고 작은 나무들이 모두 수거돼야 한다. 그래서 목재 제품으로 만들어져 탄소를 계속 저장하거나 바이오에너지 등으로 활용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벌목에 수반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새로 심어진 어린 나무들이 활발하게 흡수하고 저장하는 양을 상쇄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산림의 흡수량이 아니고 저장량이다. 탄소 흡수가 목적이라면 스스로 자연림으로 대체돼 가는 인공림을 다시 인공림으로 바꾸지 말고 자연림으로 바꾸면 훨씬 많이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할 수 있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탄소제로를 목적으로 한다지만 문재인 정부의 ‘숲 살리기 사업’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재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 30살이 넘은 나무를 모두 베어버리고 새로 30억 그루를 심는다는 정부의 탄소 제로 정책은, 오히려 30살이 넘어 가장 왕성하게 탄소를 흡수하는 숲을 파괴해 기후재난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멀쩡한 나무를 죽이는 숲 파괴를 즉각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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