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있는 신라면세점 전경. (제공: 신라면세점)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있는 신라면세점 전경. (제공: 신라면세점)

정부 지원으로 한숨 돌렸지만

코로나19 이후 매출 감소 뚜렷

면세업계, 면세한도 상향 건의

[천지일보=조혜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년 모두 적자를 낸 ‘빅3 면세점’이 올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1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이는 한시적 대책에 불과해 마음껏 웃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중국 정부가 면세점 확대 정책을 펴고 있고 코로나19 이후 매출 감소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라·신세계·롯데 면세점, 1Q 흑자전환 성공

지난 2000년 이후 코로나19로 지난해 처음 적자를 낸 면세점들이 올해는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신라면세점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490억원 적자에서 1년 만에 417억원 흑자로 전환됐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도 흑자를 기록했다. 롯데면세점은 영업이익 38억원을 기록해 적자를 면했다.

신라면세점의 매출액은 63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 줄었다. 영업이익은 417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490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됐다. 공항점 비용이 약 300억원 줄어들고 시내면세점의 수익성이 5%가량 개선된 영향이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1분기 매출 4789억원, 영업이익 231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324억원 적자에서 올해 231억원 흑자로 전환됐다. 롯데면세점의 올해 1분기 매출은 766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8억원으로 11.3% 줄었다.

같은 기간 신세계DF와 호텔신라 면세부문은 각각 231억원, 41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4위 사업자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1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손실 폭을 82억원 줄였다.

면세업계는 지난해부터 진행된 외형 감소, 수익 개선 등 면세점들의 경영 방식과 정부의 지원책이 이같이 흑자전환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부터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가 영업요율 방식으로 전환된 것과 면세품 내수판매, 무목적 비행 등 면세업계 지원 방안이 실적 회복에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중국 1위 여행후기 사이트인 마펑워와 손잡은 신세계면세점 내부 전경. (제공: 신세계면세점)
중국 1위 여행후기 사이트인 마펑워와 손잡은 신세계면세점 내부 전경. (제공: 신세계면세점)

◆면세업계 “면세한도 상향해야”

면세업계는 올 1분기 흑자전환은 한시적 대책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면세업계는 코로나19 사태 1년을 훌쩍 넘긴 후에도 매출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나 비상이 걸렸다. 또 중국 정부가 공격적인 면세점 확대 정책을 펴고 있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면세업계는 내국인 면세한도를 높여 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해외에 나가지 않더라도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는 ‘면세 바우처’ 도입을 건의하기로 했다. 현재 내국인 면세한도는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출국 시 5000 달러(약 593만원)이며 국내 입국 시에는 600 달러(약 70만원)다. 이를 초과한 금액에는 20%의 간이세율(자진신고 시 약 14%)로 세금이 붙는다.

중국의 경우 내국인 면세쇼핑 한도를 3만 위안(약 514만원)에서 10만 위안(약 1715만원)으로 파격적으로 늘렸다. ‘하이난 면세특구’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전폭적인 면세사업 지원으로 지난해 4위에 머물렀던 중국국영면세품그룹(CDFG)은 롯데·신라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올해의 시내면세점 수상. (제공: 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올해의 시내면세점 수상. (제공: 롯데면세점)

◆황금알 낳는 거위였던 과거 면세점

그동안 면세산업은 정부와 협회, 업계 간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노력한 결과 지난 2010년 기준 4조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해 영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도약할 수 있었다. 게다가 한류열풍으로 관광산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 지난 2015년 기준 연간 9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이뤄냈다.

특허제로 운영되는 국내 면세점은 특허 수수료 외 별다른 비용이 없어 매번 사업권 획득 경쟁이 치열했다. 면세점의 특허 기간이 끝나는 때가 되면 유통 대기업들은 특허권 획득을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이제 면세업계의 상황은 달라졌다. 공항 입점 면세점은 휴업할 수 있는 선택권도 없다. 임대료가 높아 영업할수록 손해를 보지만 계약 조건상 문을 마음대로 닫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공사 측과 협상을 거쳐 양측이 동의해야만 휴업이 가능하다. 중소·중견 면세업체 충격은 특허권 반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SSM면세점은 지난 3월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를 반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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