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노동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콜센터 노동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콜센터 노동환경 심층 조사

“발열 있어도 귀가 안 시켜”

“정해진 휴게시간 보장안해”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1. “출근하고 11시 30분이돼서야 화장실을 갔어요. 회사에서 점심시간 1시간 전에는 화장실을 가지 못하게 하거든요. 퇴근시간 1시간 전에도 화장실을 가면 욕을 먹어요. 그리고 누가 돌아다니는지 일일이 감시하죠. 진짜 웃기지 않나요?” -A지자체 콜센터 직원-

#2. “예전엔 은행 콜센터가 운영하는 직원 식당이 있었는데 지금은 업체별로 직원식당 운영이 어려우니까 ‘그냥 알아서 하라’식이에요. 그래서 우리 업체 직원들은 매일 라면을 먹어요. 밥을 제대로 못 먹고 매일 라면만….” -B은행 콜센터 직원-

#3. “회사에서 매일 열 체크를 하는데, 체온이 37도~38도가 나왔어요. 그러면 조금 이따 다시 재요. 귀가 조치 안 시키고요. 다시 재면 그래도 안 내려가 있죠. 정부는 ‘아프면 집에서 쉬기’라고 하는데 회사에선 ‘아프면 그냥 이따 다시 와’라고 하네요.” -C은행 콜센터 직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노동자들에 대한 업무 환경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특히 감염에 취약한 ‘콜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업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화장실을 마음대로 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기본적인 코로나19 예방수칙도 잘 지켜지지 않는 환경 속에서 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갑질119’는 연구진을 구성하고 올해 1~4월까지 4개월 동안 콜센터 상담사 13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조사를 진행한 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17일 공개했다. 심층 면담 내용은 ▲기초 노동조건 ▲코로나19 유행의 영향 ▲감염병 유행 예방을 위한 정부 지침의 실효성 등이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콜센터 사업장에선 상담원에게 정해진 휴게시간을 보장하지 않았다. 휴게시간에 교육·미팅 등을 진행하거나 고객응대를 위해 대기하라고 했다. 또한 밀린 고객을 응대하라고 하며 이석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한 콜센터 사업장에선 휴게시간을 3분 또는 5분 짧게 화장실을 다녀오는 시간으로 부여하고 해당 시간을 합해 법에서 정한 휴게시간을 부여토록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휴게시간은 분할해 주는 것도 가능하나 너무 짧게 나눠 주는 것은 노동자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조치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은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의 입장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정상 체온될 때까지 열 체크”

고용노동부는 구내식당 운영에 대해 투명 가림막 설치, 거리두기 식탁 배치 등을 통해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1.5단계에선 부서별 점심시간을 시차 운영하고, 2단계에서부터는 식사 시 대화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전부다. 구내식당을 폐쇄하라는 지침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 참여한 사업장에선 구내식당에 투명 가림막을 설치하거나 구내식당을 넓혀 거리두기를 실천할 고민보다는 구내식당을 일괄 폐쇄함으로써 노동자들은 점심식사 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또한 끼니를 라면으로 해결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콜센터 사업장에선 코로나19 방역도 문제였다. 연구 참여자들의 사업장 중 대부분은 1일 2번 이상 열 체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열 체크할 당시 발열 증상이 있어도 노동자를 바로 귀가시킨 사업장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오히려 1시간 뒤에 다시 열 체크를 하면서 정상 체온이 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열 체크를 하는 사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시간 동안 해당 노동자는 콜센터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미열 증상이 있는 노동자가 사용자에게 보고해 귀가를 희망했으나, 사용자는 우선 병원을 다녀오라고 지시한 뒤 연차 사용을 강제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3월 구로지역에서 약 170명의 콜센터 상담사가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된 것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콜센터 상담사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이어졌다. 정부는 뒤늦게 콜센터 상담사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예방을 위한 지침을 발표했지만, 노동 현실과 동떨어진 지침은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달 6일까지 콜센터 상담사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은 23건, 총 636명에 달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아프고 힘들면 쉬라는 너무도 당연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콜(Call) 수 압박에, 화장실 통제에 인간적인 휴식을 보장하지 않는 것은 코로나19 위기에 또 다른 위험으로 존재할 것”이라며 “이제라도 콜센터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휴식을 보장하고, 그 기준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