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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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이 대북삐라를 막기 위해 고사포를 전진배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이것은 실제상황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북한군의 57mm 고사포는 아군의 항공기를 격추시키기 위해 전선과 평양 일대에 배치한 말 그대로 공중공격 무기이다. 북한군이 실제로 고사포를 전진배치하고 있다면 김여정 부부장의 명령에 따른 군사적 도발의 준비라고 봐야 한다. 군사적으로 명령체계에 속해 있지 않는 김여정은 대북삐라 살포에 불만을 품고 개성공단 내의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겨우 노동당의 부부장의 이런 행위에 대해 우리 정부는 유감 한 번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전전긍긍해 오더니 이번에도 삐라를 뿌린 박상학 대표를 구속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김여정에게 보여주기식 놀음에 다름 아니다.

여러 경로로 북한이 지난달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물리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정부의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정황을 파악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14일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국내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전단을 살포한 직후인 지난달 말 군사분계선(MDL) 인근 군부대의 고사포 등 장비를 평시보다 남쪽으로 전진 배치했다. 남측에서 전단을 날려 보낼 경우 응사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다.

북한은 남측 일부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민감하게 대응해왔다. 2014년 10월에는 탈북민단체가 날린 대북전단을 담은 풍선을 향해 고사총을 발사해 한국군이 이에 맞서 대응사격을 한 전례가 있다. 문제는 그 당시 고사총 사격을 명령한 북한군 2군단장 김상룡 중장은 후방 군단장으로 쫓겨 갔고 그 뒤 군복을 벗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 군 소식통은 “그때와 비슷한 정황”이라면서도 “전단 살포가 있을 때 종종 비슷한 움직임이 있어 왔고 임박한 발사 징후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 측은 “북한의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대북 군사정보 사안이라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북한은 작년 6월 대북전단 대응 조처로 준비했던 ‘대남 삐라’를 내려 보내기 위한 실무 준비도 재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30일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대북전단 50만장을 북한에 날려 보냈다고 밝히자, 이틀 뒤인 이달 2일 담화를 내고 “남쪽에서 벌어지는 ‘탈북자’ 쓰레기들의 준동을 우리 국가에 대한 심각한 도발로 간주하면서 상응한 행동을 검토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문 대통령이 대북전단 살포를 공개 비판한 것도 북한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남북합의와 현행법을 위반하면서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로서는 엄정한 법 집행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우리 정부는 대북전단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교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통일부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북한 동포들이 통일 후에 당신들에게 뭐라고 삿대질 할지 한 번쯤 생각해 보고 대북전단 금지법이니 대북라디오 금지법안을 남발하느냐고 말이다. 깊은 함정에 빠진 사람에게 당장 밧줄을 던져 줄 수 없다면 생수라도 뿌려주자는 것이 대북전단이요, 대북라디오 방송이다.

북한 인민들은 정말 외부정보의 갈증에 목말라하고 있다. 북한의 경우 대외 방송과 전단을 보는 것은 정치범으로 취급할 만큼 잔인하다. 그만큼 삐라와 대북방송의 위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북전단과 대북 라디오 방송이 쓸모없는 짓이라면 왜 북한의 수뇌부가 나서 발광을 하느냐 하는 것이다. 한 번은 남북대화를 위해 만난 우리 측 고위인사에게 북한 요인이 화장실까지 쫓아와 “대북전단을 멈춰주면 천안함 사과도 할 수 있다”며 애걸했다는 일화가 있다. 이번에 북한군이 최전방에 고사포까지 끌어들이며 허풍을 떠는 것 역시 김여정의 강경발언에 따른 오버액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감히 어디에 대고 고사포인가. 북한군은 경고망동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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