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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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89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세계은행이 있다. 세계은행은 1945년 설립 이후 개발자금을 지원하는 데 가장 큰 정부 기반 대출 자금 공급원이다. 전 세계에 걸친 프로젝트와 관련된 개발 사업에 저비용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2012년에는 한국계 미국인 김용이 세계은행 총재를 맡았다. 2016년 연임에 성공했으나, 2019년 돌연 중도에 사임했다. 트럼프 행정부 때 직원 구조조정 문제와, 중국에 적지 않은 자금지원 때문에 마찰이 생겨 자진 사퇴했다는 설과, 진정 순수하게 개인적 사정으로 그만 뒀다는 설도 병존했다. 세계은행도 미국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나름대로는 객관적 금융 사업을 하는 은행임을 자부하고 있으며, 발표하는 각종 통계자료는 전 세계 국가가 잘 활용하고 있다. 최근 눈여겨 볼만한 달러 기준 중국과 미국의 거시경제에 대해 통계를 발표했다. 중국 국내 총생산(GDP)을 개혁 개방할 때와 2020년 시점에서 어느 정도 성장했는지를 밝힌 것이다. 1979년 개방할 때 1783억 달러였다. 약 한화로 200조원이었다.

금년 한국 예산이 대략 580조원 전후이니 어느 정도 인지 가늠해 보기 바란다. 그런데 2020년 14조 700억 달러이다. 대략 1경 6464조원이다. 강산이 네 번 변한 41년 동안 82.5배가 커진 것이다. 매년 평균 성장률로 따져보면 11.4%이다. 볼륨이 워낙 큰 국가에서 10% 이상 고성장을 반세기 가깝도록 했다. 14억 인구를 가진 나라가 매년 11.4%를 41년간 했다. 그 변화 정도는 상상을 초월해도 무방하다. 같은 기간 미국은 어떠했나? 미중 패권 경쟁의 시작은 다 여기에서 연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1979년 미국 경제규모의 7%에 불과한 나라가 중국이었다. 당시 미국의 국내총생산액은 2조 6273억 달러였다. 약 2943조원이다. 이것이 2020년 20조 9300억 달러로 성장한다. 대략 2경 3442조원이다. 연 평균성장률로 환산하면 5.2%이다. 중국의 반도 안 된다. 선진자본주의 국가에서 미국의 성장률은 낮은 편이 아니다. 그에 비해 공산당 국가 중국의 성장률은 실로 놀라움을 금치 못할 수치이다.

1979년 미국의 경제규모 7%에 불과했던 중국이 2020년에 미국의 70% 규모로 고속 성장한 것이다. 게다가 2028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이 미국을 국내총생산액 규모에서 앞지를 전망을 내 놓기도 했다. 코로나19 발생지로 의심받는 국가에서 전 세계로 코로나19가 확산돼 모든 부문이 역성장하고 있는 시점에 오히려 세계 1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선다는 역설적인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세상이 불공평한 것이 아닌가? 현시점을 냉정히 바라보면 중국의 성장과 미중 충돌의 현상유지는 지속될 전망이다. 탁월한 중국의 경제 성장이 모든 것을 가릴 수는 없다. 그만큼 국민의 의식수준도 제고될 터이고, 하나씩 언젠가는 민주를 외치는 목소리를 분명 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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