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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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호, 탄소중립, 대체에너지 개발 한답시고 자연 생태계를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일이 국토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다.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개발이란 명목으로 산으로 바다로 심지어는 논밭에까지 시커먼 태양광 패널이 온땅을 뒤덮고 가까운 언덕에도 풍력 발전기의 프로펠러가 윙윙거리며 돌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시대에 화석연료 대체에너지의 개발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게 정당화될 수는 없다.

대체에너지 예찬론을 펼치는 어떤 환경운동가는 탄소제로시대로 가기위한 사소한 부작용 정도로 애써 치부하기도 하지만 이건 마치 암치료를 위해 쓴 항암제가 너무 독성이 강해 항암을 넘어 인체의 위해를 가하는 꼴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환경보호와 생태계 보전을 한답시고 우리 국토에, 우리의 산하에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한때는 옥토로 농민들에게 수확의 기쁨을 주던 땅이 하루아침에 갈아 엎어지고 ‘친환경’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검은색 태양광발전 패널로 급속하게 대체되고 있다. 고속도로 주변의 야산 또는 임야 뿐 아니라 벼와 곡식이 자라던 문전옥답까지 시커먼 태양광 패널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농토가 사라지고 평생토록 땀 흘려 보살펴온 대지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농번기 들녘에서 만난 농민들의 목소리는 절박하다. 그들의 논밭 건너엔 이제 더이상 흙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검은색 태양광발전소 패널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당위 앞에서 사라지거나 사라질 위기에 놓인 농업 현장, 생명산업의 보루가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한국판 그린뉴딜’을 발표하며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금융지원 및 설비지원 등 집중 지원을 하자, 수익성을 좇아 너도나도 태양광 사업에 투자하면서 무분별한 산림 벌목과 농지 훼손으로 국토가 몸살을 앓고 있다. 숲을 파괴하고 농지가 사라지며 시골 마을공동체를 분열시키며 얻는 재생에너지가 ‘친환경’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때 화석연료를 대체할 식물성 바이오 에너지가 각광받던 시절이 있었다. 바이오 연료란 살아있는 유기체나 음식물 쓰레기, 축산폐기물 등을 분해하거나 발효시켜서 얻어낸 연료를 말한다. 기존 화석 연료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로 주목받았다. 바이오 연료의 대표적인 종류에는 바이오 디젤과 바이오 에탄올이 있다. 그중 콩기름, 유채기름 등의 식물성 기름을 원료로 해서 만든 바이오 디젤이 대표적이다.

바이오 디젤은 친환경연료이면서도 경제성 또한 높아 대체 에너지로 각광 받았다. 토양에 유출되더라도 1개월 이내에 80% 이상 생분해 되고 일반 연료에 비해 발암성 미세먼지를 30% 이상 감소시켜 준다. 또한 폐유 등을 재활용해 쓸 수 있기 때문에 수질오염 개선에도 도움을 주며 게다가 다시 에너지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성도 높은 연료라고 할 수 있다. 태양광처럼 바이오 연료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바로 상업성 즉 이윤동기가 작동했을 때이다. 유럽 사회를 비롯한 선진국 사회에서 불어온 바이오 에너지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자 식물성 바이오 연료 개발이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대규모 팜 플렌테이션을 통해 진행됐다. 농경지를 갈아엎고 나무와 숲을 불태워 대규모 야자수 농장이 조성됐으며 그리하여 밀림과 원시림이 사라지며 숲속 동물들은 물론 지역 원주민들까지 고통 받고, 화전(火田) 등으로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또한 그로 인해 식량작물의 재배면적이 축소되고, 결국 국제 곡가가 상승해 최빈국들의 식량위기로 이어지는 부작용까지 발생했다.

친환경 에너지라고 하여 태양광 난개발을 무조건 환영하고 권장할 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사례이다. 화석 에너지를 대체하는 친환경 대체에너지 전환은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을 하되 그 방향과 과정이 정당하고 민주적이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농토는 지속가능성을 위해 지켜나가야 할 최후의 보루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사용에서 중요한 것은 ‘원료가 무엇이냐’만이 아니라 ‘어떠한 방식으로 개발한 것인가’에도 주목해야 한다. 지역순환을 중심으로 한 설계, 생태다양성을 해치지 않고 식량 재배와 경쟁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생산 매커니즘이 개발되면, 태양광 연료는 중장기적으로 가장 좋은 연료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난개발 된다면 피해가 이익을 넘어 반환경 에너지로 전락할지 모른다. 이제는 더이상 환경보전을 위한(?) 자연생태계 파괴 행위를 묵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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