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누리홀에서 열린 취임식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누리홀에서 열린 취임식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13

檢, 직권남용 혐의 불구속 기소

文 정부에서 밟은 ‘엘리트 코스’

김학의 출금 의혹에서 꼬리 밟혀

수사심의위 모집, 묘수→ 자충수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의혹 사건에서 수사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결국 기소됐다. 이는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피고인 신분 서울중앙지검장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수사팀은 이날 이 지검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수사팀은 이미 지난 4월부터 이 지검장에 대한 기소 준비를 하고 대검찰청에 의견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은 수원지검 수사팀이 보고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기소 의견을 승인했다.

앞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는 지난 10일 이 지검장에 대한 수사·기소의 적절성을 심의한 결과 이 지검장을 재판에 넘길 것을 권고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오후 2시부터 5시 55분까지 약 4시간에 걸쳐 심의를 진행한 뒤 표결을 거쳐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을 내렸다.

이 지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지난 2019년 당시 김 전 차관이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떠나려 한다는 사실을 이규원 당시 대검 진상조사단 검사가 위법한 방법으로 확인했다는 의혹이 나오자 이를 수사하려는 수원지검 안양지청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반면 이 지검장은 수사팀이 ‘표적 수사’를 하고 있다며 수사팀의 기소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이 지검장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서울고검 검사, 광주지검 목포지청장 등을 맡아 검찰 내에서는 특별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사람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 ⓒ천지일보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 ⓒ천지일보DB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2017년 8월 처음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형사부장을 맡았다. 이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거쳐 법무부 검찰국장과 서울중앙지검장 등 요직을 맡으며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지난해 ‘채널A 사건’ 등을 놓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편에 서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극한까지 갈등을 겪었다. 특히 정권 관련 수사들에 대한 끊임없는 의혹들이 쏟아져 나와 소위 ‘방탄검사’라는 별명도 얻게 됐다.

하지만 ‘김 전 차관’ 의혹 사건이 이 지검장의 꼬리를 밟았다. 이 지검장은 이 사건에 대한 수사 개시를 막은 정황이 드러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에 수사를 받았다. 이에 결국 차기 검찰 총장 후보군조차 들지 못했다.

특히 총장 후보 추천을 앞두고 언론을 통해 검찰의 기소가 임박했다는 보도가 계속되자 그는 전문수사자문단과 수사심의위 동시 소집 신청이라는 묘수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 수는 결국 자충수가 됐다. 수사심의위는 전날 이 지검장에 대한 기소 의견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친정부 성향의 이 지검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사퇴 이후 유력한 차기 총장 후보로 꼽혀 왔다. 하지만 김 전 차관 사건에 연루되면서 최종 후보군에 들지 못한 데 이어 기소돼 헌정사상 유례없는 첫 현직 ‘피고인 검사장’이 됐다.

한편 검찰은 김 전 차관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 후보자인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이 사건에 관계돼 총장이 된 후 수사가 계속될지 미지수이고, 법무부의 검찰 인사를 통해 수사팀 해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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