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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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가 복잡․다난해지다 보니 정부에서 결정한 각종 정책들이 성공하기보다는 실패가 많은데 특히 교육정책과 부동산정책이 그러한 유형이다. 국민관심이 크게 집중되는 사안이지만 정책대상이자 실제적 참여자인 국민 의중이 반영되지 못하고 관료적으로 결정났으니 결과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금까지 국가정책의 결정 흐름에서 많은 국민이 느껴왔듯 문재인정권 출범 후 지난 4년간 25차례 부동산정책이 수립되거나 수정․적용됐지만 부동산정책이 나올 때마다 국민 불만은 높았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전셋값에 서민들은 힘들어했다.

한 마디로 정책 실패인 것이다. 통상적으로 정부 정책 결정자들이 국가․사회적 문제의 해결에서 현재 닥쳐진 상황과 조건 등을 고려해야하건만 일반적인 상황론에서 보편적인 생각으로 정책을 마련하고 일괄 적용하다보니 그 정책들이 실패로 끝나게 된다. 정책 입안자들은 ‘한 번 실수는 병가(兵家)의 상사(常事)’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나오는 정책마다 실패하기 일쑤고 국민원성이 따른다면 아니한 만 못한데, 그에 따른 사회적 실패 비용도 만만하지는 않으리라.

그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다. ‘쓰레기통 모형(garbage can model)’이라는 행정학에 나오는 정책결정 모형으로 ①문제, ②해결책, ③선택 기회, ④참여자의 네 요소들이 쓰레기통 속에서 뒤죽박죽 움직이다가 어떤 계기로 서로 만나게 될 때 이루어진다고 보는 이론이다. 조직 내 상황이 복잡하고 무질서한 상태로 있을 때 적용할 목적으로 개발된 의사결정 모형이긴 하지만 특히 참여자들의 의견 개진이 필수적인 관계로 일반적 상황 적용이 곤란할 때 적용가능한 것이다. 정부의 정책 결정과정에서 어느 한 유형이 있다는 게 아니고 어려운 상황에서는 다각적으로, 또 국민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는 시사점을 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일로 문재인정부 출범 4년을 맞았다. 5년 임기 중 4년이 지났으니 국민들은 정권의 성공이나 실패를 한눈에 알 수 있다. 보는 관점에 따라 평판은 다를 수 있겠으나, 촛불 혁명(?)을 지나 박근혜정부의 자만․무능을 질타하면서 구악을 일소하겠다, 개혁만이 살 길이라며 출범했던 문재인정부에 대한 국민 기대감이 사라진 4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 정책은 무능하기 짝이 없었다. 국민갈등의 골만 깊어졌고 서민생활이 개선된 게 없으며 기업은 한없이 움츠렸다. 그런 판이니 박 정권과 문 정권은 ‘오십보백보’요, ‘도긴개긴’이긴 마찬가지다.

그러함에도 친문(친 문재인계) 정치인들은 내로남불을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정부 인사들은 문재인 정부를 자찬하기에 게으름이 없었다. 지난 총선 시기에 보건 재앙 덕분에 야당에 압승을 거두자 자만심에 빠져 ‘20년 집권’을 호기롭게 읊었다. 민의의 전당에서 너무나 당연한 야당과의 협치는 결국 립서비스의 구두선(口頭禪)으로 끝이 났고, 상호 존중의 바탕 위에서 협의․배분해야 할 국회 상임위원장직은 수적 우위를 앞세워 여당이 독식했다. ‘민생입법이네, 개혁입법이네’ 하면서 정권 유지에 유리한 골라잡이 취사선택을 했으니 정치는 후퇴하고 말았다.

문재인정부에서 일어난 일련의 정책들의 결과로 인해 민심이 들끓었는바, 지난 4년간 정부․여당의 정책과 행적을 바라봤던 ‘성난 젊은이’들은 드디어 문 정권에 대놓고 쓴 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 6일 ‘더민초(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모임)’가 마련한 ‘더민초 쓴소리 경청 20대에 듣는다’ 간담회에 참석한 어느 20대 청년의 발언 내용인즉 “만약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더불어민주당이 촛불집회 대상이었을 것입니다”라는 말이다. 지금까지 사회문제가 됐던 군 복무에 따른 보상 문제, 조국·윤미향 사태, 일자리, 김어준씨 논란 등 현안에 대해 ‘엉그리 영맨(Angry Young Man)’들의 분노였고 문 정권 4년에 대한 적확한 평가였던 것이다.

우리사회의 젊은이들, 20대 청년들은 희망을 잃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이구동성이다. 그래도 옛날에는 가난했지만 ‘개천에 용이 난다’는 믿음이 통하는 시대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신분 상승의 희망사다리 끈은 끊어지고 아무리 노력해도 원천적인 장벽에 막혔으니 돌아오는 건 희생에 대한 낙담이요, 실현불가능이라는 것이다. 어쩌다 이 지경으로 변했는지 기득권이 판치는 세상에서 부익부빈익빈은 점점 더 늘어나고 젊은이 자신들의 목소리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쉰다. 그런 상황임에도 정부․여당이 희희낙락한다는 국민원성이 크다.

“꽃잎이 바람결에 떨어져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데 떠나간 그 사람은 지금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감성적 노래로 유명했던 가수 전영의 애잔한 가사 내용, 그 사람이 어디쯤 가고 있을까 처럼 ‘지금 우리 국가․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적이 걱정이 된다. 문재인정권 내내 무시로 큰 소리쳐온 권력자들과 정치인들의 아무렇게나 키잡이에 마지막 1년 국정도 그렇게 흘러간다면 어찌될까. 대한민국이 여기서 머무를 수 없는데 태산처럼 국민 걱정이 큰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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