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명함 ‘MBTI’
“자신에 대한 관심 높아져
코로나 언택트 영향도”
인터넷 MBTI는 가짜 검사?
“MBTI 전문가 해석 필요”
전문가들 “맹신은 위험해”
[천지일보=박혜옥 기자] “너 MBTI가 뭐야?” 요즘 20대들 사이에서 자주하는 얘기가 서로의 MBTI에 대해 묻고 공유하는 것이라고 한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본인의 MBTI 성격 유형을 언급하며 자신을 소개하기도 한다. 자신의 성향과 심리를 파악할 수 있는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검사가 젊은 층에선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MBTI 검사를 받는 연예인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얼마 전 방영된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이효리와 유재석, 비의 MBTI 성향을 분석한 결과, 유재석은 ‘호기심 많은 예술가(ISFP)’ 이효리는 ‘재기발랄한 활동가(ENFP)’ 비는 자유로운 영혼의 연예인(ESFP)으로 나온 바 있다. 이들은 자신의 성격이 검사유형 특성에 잘 맞는다며 큰 공감을 하기도 했다.
MBTI는 여러 문항의 답변을 종합해 사람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놓은 것이다. 예컨대 에너지의 방향에 따라 외향형(E)과 내향형(I), 선호하는 인식에 따라 감각형(S)과 직관형(N), 판단 방식의 선호도에 따라 사고형(T)과 감정형(F), 선호하는 삶의 패턴에 따라 판단형(J)과 인식형(P)으로 분류하는 방식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MBTI 유형은 과학자형(INTJ), 친선도모형(ESFJ), 백과사전형(ISTP), 예언자형(INFJ), 사업가형(ESTJ), 성인군자형(ISFP), 지도자형(ENTJ), 잔다르크형(INFP), 세상의 소금형(ISTJ), 세심한 봉사자형(ISFJ), 아이디어 뱅크형(INTP), 수완 좋은 활동가(ESTP), 사교적인 유형(ESFP), 스파크형(ENFP), 발명가형(ENTP), 언변 능숙형(ENFJ) 등이 있다.
◆왜 사람들은 MBTI에 열광할까
MBTI는 한국에 도입된 지 30년이나 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MBTI 열풍’이 부는 것은 왜 일까. 전문가들은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해진데다, 상대방을 파악하는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MBTI연구소의 김재형 연구부장은 지난 7일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서로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나를 드러내기 위한 도구로 MBTI가 떠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기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특히 MZ세대는 전반적으로 자기를 표현하고 자기 가치 등을 알고 싶어 한다”면서 “MBTI 검사는 자신의 성격을 알 수 있고 다른 사람과 소통할 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방송에서도 MBTI를 다루고 연예인 등이 나와서 검사를 받는 것도 MBTI가 확산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직장인 박모(39, 여)씨는 MBTI를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면서 갈등을 해결할 수 있었다. 박씨는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직장 동료와 성격 차이로 스트레스를 받던 중 MBTI 전문 과정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를 통해 박씨는 예언자형(INFJ), 그 회사 동료는 세상의 소금형(ISTJ)임을 알 수 있었고 ‘N’과 ‘S’처럼 인식하는 방식이 달라 마찰이 생겼음을 깨닫게 됐다. 박씨는 선호하는 인식이 ‘N’으로 나무보다 숲을 보는 성향을 가졌고, 동료는 ‘S’ 성향으로 숲보다 나무를 보는 성향을 가진 것. 비로소 박씨는 ‘왜 그 동료가 디테일한 것에 강하고 꼼꼼하고 섬세한지에 대해 이해하게 됐다. 이후 박씨는 업무에 대해 얘기할 때 그 동료에게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면서 갈등을 줄일 수 있었다.
직장인 박모(35)씨 또한 MBTI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그는 “애니메이션 짱구 속 캐릭터를 MBTI 별로 나눈 걸 보고 친구들과 이를 나누다보니, 재미를 느껴서 MBTI 관련 영상들을 찾아보게 됐다”며 “주변 지인들의 유형을 파악하면서 공통점을 알게 됐고 이에 흥미를 더 느끼게 됐다. MBTI가 신기하게 잘 맞는다”고 말했다.
원모(32)씨는 MBTI를 신뢰하게 된 이유에 대해 “감정을 겉으로 잘 표현하지는 않으면서도 상황을 논리적으로 판단해 차분하게 이끌어가는 능력이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그런데 최근에 유독 제가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 3명 모두 이 같은 성격을 갖고 있는 INTP 유형인 것을 보고 놀랐다”고 전했다.
◆ MBTI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전문가들은 MBTI는 긍정 심리학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자칫 타인을 지적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재형 부장은 “MBTI는 긍정 심리학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사용해야 할 도구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강점과 장점이 있고 그것을 본인이 찾아 멋지게 개발할 경우, 자존감이 높아지고 정체성도 확립이 된다”며 “이때 내가 잘하지 못하는 부분도 ‘아, 내가 이것을 힘들어하는 구나’라는 것을 볼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것이 긍정 심리학의 관점이며 이러한 시각에서 MBTI는 긍정 심리학과 연결돼 있고 이에 탁월하다는 설명이다.
또 “‘어쩐지 나와 안 맞는다더니’ ‘저 사람은 역시’ 등 타인을 지적하는 도구가 아니라,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경해 줄 수 있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 간의 갈등과 부딪힘에서 자신을 알게 되면 ‘아, 저 사람이 이런 것을 좋아하니 어떤 언어를 써서 소통하면 더 편안하겠구나’라는 관점을 갖게 해 준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현재 MBTI 검사로 알려진 온라인 무료 검사는 정식 MBTI와는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부장은 “MBTI 해설도 자격을 취득한 전문가에게 받아야 실제 나를 이해하는 데 도움 되는 얘길 들을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MBTI는 사람을 다루는 도구이기 때문에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동귀 교수도 “MBTI 검사는 자기에 대해 이해하는 데 참고용으로는 사용해볼 수 있다”면서 “인터넷에서 떠도는 MBTI 무료 검사는 흥미로 봐야지 결정적인 성격 진단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 해석해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호기심에 2030세대 인기몰이를 하는 MBTI. 다른 성격검사 도구와 마찬가지로 전문가들은 맹신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전문가들은 MBTI 검사 결과로 사람을 판단하는 근거를 삼아서는 안 된다면서,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도구로 활용할 것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