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제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1.5.11
스승과 제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1.5.11

다산 정약용, 제자 황상 아껴

주고받은 편지 속 애틋함 담겨
 

연안 박지원, 백탑 모임 가져

황진이도 스승 극진히 모셔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예부터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의 은혜는 다 같다는 뜻을 담고 있다. 가정의 달로 알려진 5월에 더욱 잘 어울리는 말이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스승의 날(매년 5월 15일), 나를 지도해준 누군가가 떠오른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그러니 동방예의지국이던 우리 선조들에게 스승은 얼마나 귀한 존재였겠는가. 이와 관련해서 스승과 제자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를 모아봤다.

◆올바른 길 인도하는 ‘스승’

‘스승’은 자신을 가르쳐서 인도하는 분을 의미한다. 그런데 스승은 단순히 학생에게 학문을 가르치는 선생의 개념만이 아니라 삶의 교훈을 주고 올바르게 인도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역사 속에서도 이를 찾아볼 수 있는데, 먼저 다산 정약용 선생과 그의 제자 황상의 이야기를 꼽을 수 있다. 정약용 선생은 강진에서 18년간 유배 생활을 하게 되는데, 15살이 된 황상을 만나게 된다. 황상은 정약용 선생이 특별히 아끼고 사랑한 제자였다. 이는 이들이 주고받은 편지들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견서여시(見書與詩)’에 보면 “황상을 열흘 만에 제자로 받아들였으며, 여러 제자 중에 학문, 인품 등 모든 면에서 가장 아끼는 제자”라고 적혀 있다. 이어 “부지런함이란 무엇이냐”는 황상의 질문에 다산은 “삼근계(三勤戒), 즉 세 가지가 부지런하면 된다. 학문을 좀 한다는 자들에게 세 가지의 병통(문제)이 있는데 너에게는 해당하는 것이 하나도 없구나”라고 답했다.

또한 다산의 장남인 정학연도 황상에게 서찰을 보내는 데 ‘황상과 그의 자식, 그리고 우리형제 세 집안은 죽을 때까지 변치 말자’는 내용의 정황계첩(丁黃契帖)을 지어 두 집안의 우정을 다짐하기도 했다.

연안 박지원과 제자들의 이야기도 유명하다. 조선 정조 때 인물인 박지원은 저잣거리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교류하는 인물로 유명했다. 실학자인 박지원은 당시 백탑(오늘날 탑골공원 부근)을 중심으로 지식인의 모임을 했는데, 바로 ‘백탑파(白塔派)’였다. 여기에는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백동수 등이 참여했는데 그들은 스승인 박지원 선생을 모시고 꾸준한 나눔을 했다.

그런가 하면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를 지은 고산 윤선도와 관련된 이야기도 있다. 그는 주옥같은 시편을 남긴 조선 최고의 문인이기도 하며, 학식이 매우 뛰어난 선비였다. 특히 인조의 둘째아들 봉림대군의 스승이었다.

그가 효종 임금으로 등극한 다음에는 수원에 있는 윤선도 선생의 집에 사랑채를 지어 하사하기도 했다. 그 집이 바로 오늘날 윤선도 고택을 대표하는 ‘녹우당’이다. 사랑채 현판으로 걸려있는 ‘녹우당’이라는 당호는 고산의 증손자인 공재 윤두서와 절친했던 옥동 이서(1662~1723)가 써준 것으로 공식적인 명칭이 됐다. 녹우당은 조선 후기 공재 윤두서뿐 아니라, 다산 정약용 등 문인들이 머물거나 교류하면서 문예 부흥이 이뤄진 곳이기도 하다.

화담 서경덕과 황진이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조선 중기 학자인 서경덕은 독학으로 학문을 익힌 인물이다. 특히 그가 역사에서 눈에 띄는 다른 이유는 절세미인 황진이와 얽힌 사연 때문이다. 당시 벽계수와 지족선사를 모두 무너뜨린 황진이는 송도에서 이름난 학자인 서경덕을 만나기 위해 성거산에 찾아들었다. 하지만 서경덕은 황진이의 유혹에도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 꼿꼿한 모습에 황진이는 그를 스승으로 극진히 모시게 됐다.

◆스승의 날, 원래 15일 아니다?

오늘날 스승의 날은 매년 5월 15일로 알려져 있다. 국가에서는 교권을 존중하고 스승을 공경하는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고 교원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 이날을 기념일을 정하고 있다. 하지만 원래 스승의 날은 5월 15일이 아니었다.

‘스승의 날’은 청소년 적십자에 의해 탄생됐다. 1958년 충남 강경여자중고등학교 청소년 적십자 단원들이 세계 적십자의 날을 맞아 병중에 있거나 퇴직한 교사들을 찾았다. 이후 1963년 제12차 청소년적십자사 중앙학생협의회에서는 5월 24일을 ‘은사의 날’로 정한다. 다음 해에는 ‘은사의 날’을 5월 26일로 변경했고, 1965년부터는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로 변경해 각급 학교 및 교직단체가 주관이 돼 행사가 이뤄져왔다. 이후 잠시 스승의 날이 폐지된 적이 있으나 1982년 스승을 공경하는 풍토 조성을 위해 부활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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