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연천=송미라 기자] 30만년 전 선사시대 구석기인들의 멧돼지 사냥감 손질과 일상생활을 재현한 조각상이다. ⓒ천지일보 2021.5.10
[천지일보 연천=송미라 기자] 30만년 전 선사시대 구석기인들의 멧돼지 사냥감 손질과 일상생활을 재현한 조각상이다. ⓒ천지일보 2021.5.10

근대문화의 뿌리, 구석기시대 재현

동아시아 최초로 주먹도끼 발견

세계구석기학 연구의 새로운 지평

관광약자에게 친화적인 넓은 공원

몰핑스테이션(RFID카드) 체험 각광

[천지일보 연천=송미라 기자] 근대 문화의 뿌리를 알 수 있는 곳이 서울 근교에 있다. 바로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 유적이다. 넓은 공원 곳곳에 선사시대를 재현한 조각상은 3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시간여행을 하게 해준다. 동아시아 최초로 주먹도끼가 발견된 세계적인 구석기 유적지를 본지가 찾아봤다.

연천 전곡리 유적 입구에는 연천군과 전곡리 선사유적지를 상징하는 캐릭터 고롱이, 미롱이가 반겨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때 코로나블루로 지친 시민들에게 몸과 마음의 힐링을 선물해준다.

넓은 공원에 포장도로가 잘 나 있어 관광약자에게 친화적인 관광지로 가볼만하다. 연천군은 지난달 10일부터 입장료를 폐지하므로 문턱 없는 문화재를 표방하며 누구나 편하게 유적공원을 관람하고 즐길 수 있도록 공원으로 조성했다.

[천지일보 연천=송미라 기자] 30만년 전 선사시대 구석기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매머드를 사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5.10
[천지일보 연천=송미라 기자] 30만년 전 선사시대 구석기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매머드를 사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5.10

◆연천 전곡리 유적의 시작 ‘주먹도끼’

유적지에 들어서니 초원에 옹기종기 모여 매머드를 사냥하며 생활하던 구석기인들의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드넓은 잔디밭에서 비눗방울을 날리며 노는 아이들의 얼굴엔 기쁨이 가득해 보였다.

동두천에 거주하는 이현숙(30대, 여)씨는 “코로나로 힘들지만 집 가까이에 아이들이 뛰어 놀수 있는 초원이 있어서 너무 좋다”며 “입장료까지 폐지되어 자주 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구석기 유적을 대표하는 이곳은 1978년 겨울 한탄강 유원지에 놀러왔던 미군 병사에 의해 지표에서 석기가 발견되면서 주목받게 됐다. 이 병사는 채집석기를 서울대학교 故 김원용 교수에게 가져갔고 故 김 교수와 영남대학교 정영화 교수에 의해 아슐리안계 구석기 유물로 밝혀지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구석기 유적지로 알려지게 됐다.
1978년 주먹도끼와 가로날 도끼 등 아슐리안형 석기의 발견 이후 현재까지 11차에 걸친 발굴을 통해 유적지의 성격 규명을 위한 학문적 노력이 계속돼왔고 3000여점 이상의 유물이 채집됐다.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는 양면가공된 것과 외면가공된 것이 있는데, 이들 중 일부는 몸통이 두텁고 큼직한 박편흔으로 덮여 있어서 아프리카의 상고안 석기공작과 지형적 유사성이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가로날도끼와 뾰족끝찍개 등의 대형 석기도 있는데, 찍개의 경우는 냇돌 또는 냇돌조각으로 만들어져 여러 가지 모양으로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까지 발굴에서 채집된 석기 중 다듬은 석기는 5~15% 내외다. 대부분은 대형 또는 소형의 석편과 부스러기로 돼 있으며, 소령의 자연천석도 존재한다. 주먹도끼 등 양식적으로 발달한 석기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비정형과 즉시성의 석기양태가 주류를 이루는 것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온대환경의 적응과정에서 이뤄진 결과로 보인다

석기의 발견은 1970년대 말까지도 이들 석기의 존재 유무로 동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으로 구석기 문화를 양분하던 모비우스의 학설을 바꾸는 계기로서 세계구석기학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1978년 겨울 한탄강 유원지에 놀러왔던 그렉 보웬 미군 병사에 의해 발견된 주먹 도끼. (제공: 연천군) ⓒ천지일보 2021.5.10
1978년 겨울 한탄강 유원지에 놀러왔던 그렉 보웬 미군 병사에 의해 발견된 주먹 도끼. (제공: 연천군) ⓒ천지일보 2021.5.10

◆세계적 규모의 최첨단 전곡선사박물관

전곡리유적에 위치하고 세계적인 규모의 선사박물관은 원시 생명체의 신비로운 곡선을 모티브로 건립됐다. 실물 비례의 다양한 구석기시대 조형물과 다채로운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들이 쉽고 즐겁게 선사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최첨단 체험형 유적 박물관이다.
‘인류의 위대한 행진’을 주제로 한 상설전시실 주요코너는 시간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바닥에 표시된 시간의 선(점선)을 따라 전시실에 들어서면 인류의 진화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복원 조형물들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곳에서 관람객들은 멀리 아프리카를 벗어난 연천 전곡리에 도착한 고인류의 머나먼 여정을 따라 함께 여행해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몰핑스테이션은 RFID카드를 이용해 각 진화 단계별 인류들과 자신의 모습을 합성시켜 자신이 선사시대에 어떤 모습이었을지를 체험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에게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다. 연천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다.

연천 전곡 유적지에서 구석기 축제 모습. (제공: 연천군) ⓒ천지일보 2021.5.10
연천 전곡 유적지에서 구석기 축제 모습. (제공: 연천군) ⓒ천지일보 2021.5.10

◆구석기 체험존과 구석기 문화 축제

구석기 체험존에선 놀이문화 강사들이 지푸라기로 만든 매머드에 창을 쏘는 새로운 놀이를 시범적으로 체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연천군에 거주하는 김현주(가명, 20대, 여) 놀이문화 강사는 “구석기시대를 책으로만 공부하면 딱딱하고 재미없는데 이렇게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연천에 있어 자랑스럽다”며 “학부모라면 연천 전곡리 유적에 와서 아이들이 직접 몸으로 느끼는 역사 공부를 하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공원 내에는 2㎞ 내외의 산책로가 조성돼 있으며 산책로를 따라 구석기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관과 조형물이 있다.

매년 5월 5일 어린이날 전후로 개최되는 연천 전곡리 구석기축제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구석기 문화축제로 매년 9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대한민국 대표 선사문화축제이다. 세계적인 선사유적과 박물관들에서 직접 참여해 전문가 시연과 전시행사를 선보이는 선사체험 국제 교류전을 비롯해 다양한 선사시대 체험프로그램, 원시 퍼포먼스, 공연 행사 등이 축제 기간 중 다채롭게 펼쳐진다.

연천군 관계자는 “전곡선사박물관과 체험프로그램 통합운영을 통해 연령별 난이도에 맞는 전문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해 제공할 계획”이라며 “현재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체험마을 운영은 잠정 연기됐다”고 말했다.
김남호 연천문화체육과장은 “사람들은 보통 문화재를 딱딱하고 어렵게 생각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역사 속에 신비와 선조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다”며 “전곡리 유적 공원화 사업이 다 함께 문화재를 활용하며 보전하는 방법을 찾는 시작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연천=송미라 기자] 연천 전곡리 유적지에서 아이들이 비눗방을을 날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1.5.10
[천지일보 연천=송미라 기자] 연천 전곡리 유적지에서 아이들이 비눗방을을 날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1.5.10
[천지일보 연천=송미라 기자] 연천 전곡리 유적지 전경. ⓒ천지일보 2021.5.10
[천지일보 연천=송미라 기자] 연천 전곡리 유적지 전경. ⓒ천지일보 202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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