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비트코인 국내 거래 가격이 5천만원대 까지 내려간 23일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고객센터에서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거래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비트코인 국내 거래 가격이 5천만원대 까지 내려간 23일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고객센터에서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거래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도박문제센터 10~30대 상담 급증

투자중독 전 연령층 72% 늘어나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최근 주식투자와 가상화폐 광풍이 불면서 투자를 넘어 ‘투기’ 중독에 빠진 이들이 늘고 있다. 투자를 위해 등록금을 끌어 쓰거나 대출을 받는 등 ‘빚투(빚내서 투자)’를 하는 청년층들이 증가하면서 심각한 중독증상과 함께 우울증을 호소하며 상담센터나 병원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10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도박문제센터)에 따르면 지난 1~3월 사이 가상화폐와 주식투자 중독증상을 호소하며 상담한 건수는 총 1362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담 건수(659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도박문제센터는 주로 카지노, 온라인 배팅, 경마 등 도박 중독문제를 상담한다. 그러나 최근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가 크게 활성화되면서 지난 몇 년간 중독을 호소하며 상담을 요청하는 건수가 늘고 있다.

주식·코인 중독 상담건수는 2018년 1251건에서 2019년 3540건, 2020년에는 5523건으로 급증했다. 투자 중독으로 센터에 도움을 요청한 경우는 71.8% 늘었다. 1~3월 증가 추세를 보면 올해는 더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연령층에서 주식중독 현상으로 상담을 요청하는 인원이 72% 증가했다. 20대 청년층의 상담 이용 인원은 전년보다 223% 크게 증가했다. 10대에서도 2018∼2019년에 투자 관련 상담은 0건이었던 것과 달리, 지난해에는 총 25명이 센터 헬프라인을 통해 상담을 받았다.

은퇴한 60대 이상 노년층에서는 88% 올랐다. 올해에도 주식 관련 상담 건수는 꾸준히 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1~2월 접수된 주식 관련 상담 건수는 809건으로 지난해(391건) 대비 2배 이상 올랐다.

전문가들은 투자에 뛰어들지 않으면 자산 증식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상실공포’ 심리 등이 작용하면서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를 부추기고 심한 경우 중독으로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24시간 거래가 이뤄지고 등락폭이 큰 가상화폐의 특성은 도박과 별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스스로 투자중독이 아닌지 고려해봐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실례로 중독을 호소하는 이들이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그래프에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거나, 오르면 희열을 보이고 내려가면 낙담과 우울을 느끼면서도 그래프를 보는 등의 현상을 호소하는데, 이는 승패가 빠르게 확인되는 ‘회전율’이 높은 도박을 할 때 흔히 나타나는 중독증상이라는 것이다.

손석한 정신과 박사는 “전통적인 예·적금 등으로 자산을 모으기는 어렵다고 생각해 가상화폐나 주식에 빠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갖고 있는 한도 내에서 해결하면 좋겠지만, 일확천금의 심리가 발동해 도박적인 심리가 가세해 무리한 투자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본인이 인식하면서도 반복하다보니 좌절감이 크고, 가족이나 친구에게 채무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가정파괴나 단절이 생기게 된다”며 “필요에 따라선 욕구 조절을 위한 항우울제 처방과 약물 처방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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