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관련 보고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제공: 민주당) ⓒ천지일보 2021.5.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관련 보고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제공: 민주당) ⓒ천지일보 2021.5.4

“송 대표에게 사과 요구하는 것은 무의미”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국민의힘이 ‘기러기 가족’을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에 대해 8일 “집권여당의 대표가 남녀 성역할, 육아현실, 교육환경, 주거비 등 이 나라의 가정이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현실인식이 사실상 ‘제로(0)’임을 고백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국민의힘 홍종기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런 상황에서 송 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는 현실조차 파악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다만 이런 지도자를 집권여당의 대표로 두고 비수를 맞아야 할 국민이 애처롭다”며 이같이 말했다.

송 대표는 전날 전남 나주 혁신도시의 한전공대 설립 부지를 방문해 국제학교 유치 필요성을 강조하며 “영어 하나 배우게 하려고 필리핀, 호주, 미국으로 유학 보내고 자기 마누라도 보내 부부가 떨어져 사니 남편이 혼자 술 먹다 돌아가시는 분도 있고, 여자는 가서 바람이 나 가정이 깨져 ‘기러기 문제’가 사회 문제로 된다”고 말했다.

홍 부대변인은 “어쩌면 송 대표처럼 젊은시절부터 5선 국회의원과 광역시장을 두루 역임하며 안락한 성(城) 안에서만 지낸 사람은 기러기 가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며 “영어를 배우려면 국제학교에 진학하면 되고 외국에는 즐거운 여행이나 가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는 권력자의 무지(無知)가 알면서 하는 망언보다 무섭다는 것이다. 그가 지도자로 존재하는 한 이 사회가 개선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홍 부대변인은 “우리나라의 부모가 금쪽같은 자녀와 배우자를 이역만리 타국에 보내는 근본적인 이유는 송 대표의 인식처럼 단순히 자녀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에 대한 불신, 이념 교육에 몰두하는 경쟁력 없는 학교, 자녀에게 곧 닥칠 취업, 결혼, 육아, 주택문제 등 구조적인 문제가 정상적인 가족을 생이별시킨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현 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 기록을 경신하는 것도 기러기 가족이 많아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부모세대가 이 나라를 자녀에게 ‘안전한 요람’이라고 생각하기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홍 부대변인은 “기러기 가족과 출산율 저하의 일차적 책임은 집권여당과 정부에 있다. 표만 의식하고 자사고 폐지, 부동산 증세 등 계층 간 갈라치기를 위한 정책을 남발한 결과 우리 사회는 점점 더 정상적으로 자녀를 키우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바로 그 책임자가 오히려 피해자인 기러기 남편을 술에 의존하는 나약한 존재로 폄훼하고 아내는 외국에서 불륜을 저지르는 사악한 존재라고 모욕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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