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구미=송하나 기자] 7일 구미시 소재 한 마트에 어버이날을 맞아 카네이션 바구니들이 마트 한쪽에 진열돼 있다. ⓒ천지일보 2021.5.7
[천지일보 구미=송하나 기자] 7일 구미시 소재 한 마트에 어버이날을 맞아 카네이션 바구니들이 마트 한쪽에 진열돼 있다. ⓒ천지일보 2021.5.7

코로나에 “올해도 안모여”

“걱정돼도 방문할 것” 혼재

외식 마땅찮아 주문 늘기도

“내년엔 효도여행 가봤으면”

[천지일보=송하나·윤선영 기자] “어버이날이지만 따로 모이지는 않기로 했어요. 코로나 때문에 작년 가을 이후로 아들 얼굴을 못 보고 있습니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부산 동구 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박민혜(가명, 60대, 여)씨는 코로나로 자녀들을 자주 볼 수 없다며 서운한 듯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행히 손주와는 일주일에 한 번씩 영상통화를 해서 마음이 좀 낫다”고 말하며 애써 아쉬움을 달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직계 가족 모임 인원제한 등 각종 방역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어버이날 풍경도 예년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이맘때면 꽃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을 법한 꽃집 사정도 코로나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부산 동구의 한 꽃집에서는 텅 빈 거리에 화사하게 단장한 각양각색의 꽃들만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꽃집을 운영하는 김순희(가명, 50대)씨는 “어버이날인데도 카네이션을 찾는 손님이 없다”며 “코로나가 터진 이후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시장과 마트가 나란히 자리 잡은 동구의 한 거리는 한두명씩 오가는 시민들의 모습만 간간이 보일 뿐 좀처럼 활기를 느낄 수 없었다. 해가 창창할 시간임에도 구름 낀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뚝뚝 떨어질 듯 어스름해져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시장 안으로 이제 막 들어가려던 주부 이순복(63, 여, 부산 중앙동)씨는 “내일 어버이날이라 남동생 가족 4명이 집으로 온다고 했다”며 “당연히 외식하겠거니 생각했는데 음식을 주문해 오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4명이 넘어 외식하러 가기 마땅치 않고 집에서 식사 준비를 하기에도 번거로워 올케가 아이디어를 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장 인근 은행에서 나오던 자영업자 장희선(55)씨는 “내일이 어버이날인데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큰아들을 데리고 친정 어머님 뵈러 간다”며 “어머님이 지금 많이 아프셔서 얼마나 더 뵐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천지일보 부산=윤선영 기자]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노부부가 손을 잡고 공원을 걸어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1.5.8
[천지일보 부산=윤선영 기자] 어버이날을 앞둔 7일 오후 노부부가 손을 잡고 공원을 걸어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1.5.8

경북 구미시에 있는 꽃집들도 어버이날을 맞아 카네이션 준비에 한창이다. 산책을 나온 듯한 원평동 주민 몇몇은 진열된 카네이션을 멀찍이 구경만 하며 지나갔다.

알록달록 차려입은 꽃들을 지나쳐갈 순 없었는지 차를 세우고 카네이션을 고르는 손님도 보였다.

선물용 카네이션과 용돈박스를 사러 나온 한은정(가명, 27, 구미 원평동)씨는 “작년에는 코로나가 심해 집에서 조용히 보냈는데 올해까지 그럴 수 없어 시부모님 얼굴을 뵙고 함께 식사할 예정”이라며 “코로나가 걱정되지만 결혼하고 첫 어버이날이라 그냥 찾아뵙기로 했다”고 말했다.

가게 밖에서 카네이션을 정리하던 배선화(가명, 59, 구미 오태동)씨는 “같은 코로나 상황인데도 작년보다 찾아오는 손님이 많이 줄었다”며 “물건을 적게 준비했는데도 팔리지 않아 막막한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진열된 카네이션을 구경하던 김정훈(28, 구미 임은동)씨는 “작년에는 선물을 준비했는데 이번 어버이날에는 색다르게 준비해보려고 동생들과 영상편지를 만들고 있다. 코로나로 외식은 꺼려져 집에서 보낼 계획”이라며 “내년에 상황이 좋아지면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가고 싶다”고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근처 마트에서는 매장 한쪽에 카네이션을 진열해놓고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배미혜(43, 구미 봉곡동)씨는 “작년에는 코로나로 영상통화만 하고 부모님도 뵙지 못했지만, 올해는 어린이날과 겸해 친정 어른들을 찾아뵙고 용돈도 미리 드렸다”며 “내일 아이 편지와 카네이션 선물을 갖고 시댁을 찾아뵐 예정인데 코로나가 끝나지 않아 걱정은 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천지일보 부산=윤선영 기자] 어버이날을 앞둔 7일 오후 자녀와 함께한 시민이 꽃가게에 들러 카네이션을 고르고 있다. ⓒ천지일보 2021.5.8
[천지일보 부산=윤선영 기자] 어버이날을 앞둔 7일 오후 자녀와 함께한 시민이 꽃가게에 들러 카네이션을 고르고 있다. ⓒ천지일보 20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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