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글을 염원하지만 세상을 모른 척 할 순 없다”

▲ 22일 출간 기념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는 박범신 작가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지영 기자] “나는 이번 소설에서 스무 명이 넘는 사람을 죽였다. 그것도 잔인하고 무참하게. 쓰면서 내가 왜 몸서리치지 않았겠는가. 폭력은 인간 문명의 이중성을 가장 극적으로 드러내 보여줄 수 있는 예민한 키워드다. 잘 차려입고 고상한 말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들이대어 묻고 싶었다. 당신의 가슴속에 무엇이 들어 있느냐고. 당신은 진짜 인간이냐고.”

지난 22일 박범신 작가의 신간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출판 기념 기자회견이 열렸다. 박 작가는 이번 소설까지 합해 총 3권의 책을 일 년 반 만에 펴냈다.

그는 “‘책을 자주 출판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이 들어온다”며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도스도예프스키를 따라가지 못했다”며 시들지 않는 창작 욕구를 드러냈다.

박 작가는 이번 소설을 쓰면서 소설 제목처럼 손에 말굽 같은 것이 박혔었다고 전했다. 탈고와 동시에 말굽은 사라졌지만 손 중앙에 단단하게 박인 굳은살을 보면서 주술적인 의미까지 떠올랐다고 했다.

그는 책 제목과 묘하게 들어맞는 상황을 “소설 속에서 많은 사람을 잔인하게 죽였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자신을 문학순정주의, 유약한 인정주의라고 소개했다. 제자들에게도 “소설 속에서 사람을 죽여도 업이 된다”라고 말할 정도로 어두운 글을 지양해 왔다.

작가 박범신은 자신을 따뜻한 사람이라 생각하는 만큼 최대한 소설을 따뜻하게 쓰고 싶단다. 하지만 그는 “세상이 나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번 소설을 통해 기독교 종말론적인 의미를 부각시켜 보고 싶었다고 한다. 요한계시록에 관한 책들을 모두 사서 읽어봤지만 다소 원색적인 해설이 많아 소설에 접목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7월 막내아들을 장가보내고 곧 대학 강단을 떠나면 아버지와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끝낸다. 그는 “최선책은 늘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늘 차선의 삶을 선택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제 그토록 택하고 싶었던 작가로서 최선의 삶을 살고 싶다”고 바랐다.

박 작가에게 있어 글은 삶의 존재 이유다. 그는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살아있으며, 완전한 구원에 이르는 느낌을 얻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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