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아침 미얀마에서 학교 교사들과 학생 등이 쿠데타 항의하기 위해 평화 행진을 하고 있다. (출처: 운동가 로 나이 산 르윈 트위터)
7일 아침 미얀마에서 학교 교사들과 학생 등이 쿠데타 항의하기 위해 평화 행진을 하고 있다. (출처: 운동가 로 나이 산 르윈 트위터)

[천지일보=이솜 기자] 의사, 학생, 미인대회 우승자, 배우, 기자, 메이크업 블로거….

매일 밤 8시 미얀마 군부 TV 뉴스에 나오는 머그샷(구금 과정에서 촬영하는 얼굴 사진)의 주인공들이다. 이들 중 몇몇은 얼굴이 붓고 멍들었는데 심문을 받은 결과로 추정된다. 이들의 얼굴을 매일 밤마다 TV를 통해 내보내는 것은 지난 2월 1일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군사 정권이 자신들에게 반대하지 말라는 경고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쿠데타가 발생한 지 석 달째인 미얀마의 상황은 전시나 다름이 없는데, 군부가 시위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겨냥해 잔혹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전국의 시위대 역시 군부에 굴복하지 않고 어떻게든 항의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양상이다.

군경은 한밤중부터 사냥을 시작한다. 미얀마 전역의 인터넷을 차단해 밤처럼 정보에도 어둡게 만든다. 도시를 휩쓸며 총격을 가하고, 납치, 폭행을 일삼는다.

밤마다 군경이 문을 두드리자 시민들은 스스로 보호에 나섰다.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고, 휴대전화 카드를 부러뜨리고,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그의 당을 지지했던 흔적을 없애고 있다.

불과 10여년 전 미얀마에서는 수치 고문의 사진이나 등록되지 않은 휴대전화, 외화 한 장 등을 소지하고 있으면 위반 행위로 징역형을 살 수 있었다. NYT를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북한에 견줄 만 했다고 전했다.

미얀마의 민주화 실험이 장성들의 권력 장악으로 무너진 지 석 달 만에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60년 동안 미얀마에 대한 군부의 통치는 이념이 아닌 두려움으로 이어갔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쿠데타에 저항하기로 결심한 가운데 새로운 군사정권은 다시 무력 집권에 의존하며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쿠데타에 반대해 잠적한 전직 경찰인 고모에 옌나잉은 NYT에 “미얀마는 이웃들이 나를 신고해 아무 이유 없이 체포될까봐 겁에 질렸던 나쁜 시절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감옥은 다시 한번 시인, 승려, 정치인들로 가득 차있다. 군 당국의 구금 상태를 추적하는 단체에 따르면 수백명의 젊은이들이 실종됐고 군경에 살해된 민간인들은 770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는 수십명의 어린이들도 있다.

미얀마가 경제, 정치, 사회적 고립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것은 불과 5년 전 군부가 선출된 수치 고문 정부와 권력을 공유하기 시작했을 때부터다. 시민들은 인터넷을 거의 접속할 수 없었던 잃어버린 시간을 빠르게 채웠다. 이에 오늘날 미얀마 시민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세계적으로 미얀마의 상황을 알리는 방법을 알고 있다.

7일 아침 미얀마에서 학교 교사들과 학생 등이 쿠데타 항의하기 위해 평화 행진을 하고 있다. (출처: 운동가 로 나이 산 르윈 트위터)
7일 아침 미얀마에서 학교 교사들과 학생 등이 쿠데타 항의하기 위해 평화 행진을 하고 있다. (출처: 운동가 로 나이 산 르윈 트위터)

경찰은 거리에서 사람들을 세워 반군부 세력이나 지원 단체를 찾는 데 나섰다. 이들 중 일부는 신발 밑창에 쿠데타 지도자 민 아웅 흘라잉 장군의 사진을 붙여 그 얼굴 사진을 짓밟고 다니곤 했는데, 경찰은 이제 사람들에게 신발 밑창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달란’이라고 알려진 정보원들이 다시 등장해 이웃들의 속삭임과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으며 수치 정부의 출범 이후에도 군사 통제 하에 있었던 총행정부는 행정관들에게 모든 사람들의 정치적 견해를 감시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가정 등록’이라는 제도가 다시 도입됨에 따라 지방 공무원들은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고 집 안을 들여다보는 일에 착수했다. NYT는 군부가 중국제 무기와 러시아 전투기를 획득해 군무기를 현대화 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저항은 더 커지고 있다. 쿠데타에 대한 시민의 저항에는 국가 파업과 시민 불복종 운동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경제를 마비시키고 정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은행과 병원은 거의 문을 닫았다.

이날 수치 고문 측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국민 통합 정부는 미얀마군에 대항하기 위해 ‘시민 방위군’을 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틀 전 국경지역에선 전투 중이던 카친독립군(KIA)이 군부의 헬기를 격추했다. 현지매체인 이라와디에 따르면 최근 몇 주 동안 미얀마 공군 장교 80여명이 탈영해 현재 은신하고 있으며 보병부대에서는 이미 수백명이 탈영해 저항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린 텟 아웅 대위가 전했다.

현재 잠적해 있는 한 공군 대위는 “정치는 군인의 일이 아니다”라며 “이제 미얀마군은 테러리스트가 됐고, 나는 그것에 가담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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