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잔디

김진명

사람이 무심코 밟고 가도
잔디는 어금니를 꽉 문다.

길섶에 살아가는
잡초의 삶이 그러하듯
밟혀도 다시 피는 꽃잔디

밑바닥을 기면서도 
어깨동무하며 피는 꽃잔디

웃으며 돌담을 넘는디.

 

 

[시평]

잔디는 참으로 생명력이 강하다. 밟아 줄수록 단단히 뿌리를 내린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 잔디를 심고는 발로 꽉꽉 밟아준다. 뿌리가 땅에 잘 내리도록 그렇게 한다. 그러면 마치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흔히 어금니를 꽉 물고 견뎌내듯이, 잔디는 밟히면서 어금니를 꽉 물고는 견딜 것이다.

잔디가 강한 생명력을 지니며, 우리들이 사는 정원에서 푸르게 번져나가는 것은 다름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뿌리를 연결해 이어나가기 때문이다. 마치 어깨동무를 하듯이, 그래서 하나가 아닌 많은 사람들의 힘을 모아, 서로의 힘을 보태듯이. 잔디 역시 서로 서로가 어깨동무를 하듯, 뿌리를 서로 붙들고 정원의 흙들을 메우며 푸르게, 푸르게 퍼져 나간다.

이런 잔디를 보면서, 참으로 ‘인내함과 결속함’이란 모든 생명력이 생존하는 데에 얼마나 중요하고 또 필요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후기자본사회로 들어서면서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그러므로 인내보다는 손쉬운 타협이, 결속보다는 개인의 이익이 우선되는 오늘의 세태를 생각하며. 저 들판의 묵묵히 번져나가는 푸르디 푸른 잔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생존의 가장 중요한 모습인 ‘인내와 결속’을, 한번쯤 조용히 눈 감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