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더불어민주당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화상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더불어민주당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화상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2일 더불어민주당 새 지도부 선출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축사를 통해 민주당의 내부결속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단합해야 유능할 수 있고, 개혁할 수 있고, 국민께 신뢰를 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을 지지기반으로 탄생한 대통령이니 당연한 요구라고도 할 수 있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이 특정 정당의 단합만을 유독 강조하는 것이 맞는지 기자로선 솔직히 의문스럽다.

통치자의 생각은 물처럼 아래로 흐르기 마련이다. 노골적인 문 대통령의 ‘여당 내부결속’ 발언은 왜 현 정부 들어 진영이 이처럼 갈라지고, 국익보다 진영논리가 우선이 되는 이상한 나라가 됐는지를 여실히 증명해 주는 발언이고 주문이 아닌가 싶다.

지난 4.7 재보궐선거는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의 패배였다. 민생현장의 목소리를 배제하고, 정파적 폐쇄적 인사를 내세워 만든 부동산 정책이 거듭 실패하면서 민심을 등 돌리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이번 민주당을 향한 주문을 보면 마치 대통령은 잘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분열돼 지난 선거에서 참패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역대급 공룡 정당인 민주당은 이전 여당과 달리 청와대와 유독 한목소리를 내왔다. 청와대와 여당의 내로남불 행보에 쓴소리를 하는 의원은 당규를 바꿔서까지 쫓아내 ‘비판은 금물’ 분위기를 만들었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한목소리’ ‘단합’만 강조한 결과가 지금의 여당과 대통령 지지율을 만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도 대통령의 주문은 한마디로 ‘딴소리 말고 더 똘똘 뭉치자’는 말로 들린다.

과거 정권에선 당과 대통령이 서로 의견이나 정책이 맞지 않으면 갈라서는 게 다반사였다. 1992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김영삼 후보와의 갈등 끝에 탈당했고, 김 전 대통령 역시 이회창 후보와의 갈등으로 탈당했다. 2002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들 비리 의혹으로 자진 탈당했고,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은 당내 대권주자의 요구로 탈당했다. 이런 당과 대통령의 결별은 대통령의 실책에 책임을 지도록 당이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고 적당한 거리를 두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지지율이 30%를 오르내리는 여당과 문 대통령이 진짜 개혁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민주당의 단합’이 아닌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인정하고 정파적 폐쇄적 인사의 틀을 깨는 것이다. 이런 시대적 요구를 아직도 간파하지 못하고 민주당 단합만이 답인 것처럼 강조하는 대통령을 보니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하다.

4년 전 우리 국민은 민주당의 대통령이 아닌 ‘공정한 나라’를 만들어줄 대한민국 대통령을 뽑았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국민들은 이전보다 훨씬 불공정하고 양극화가 극심한 나라와 마주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은 정당과 지지자들이 있었다. 대통령이 된 이상 특정 정당이나 지지자들의 대통령이 아닌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어야 한다. 1년 남짓한 재임 기간만이라도 문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대통령이 아닌 대한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돼주길 참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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