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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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인권문제에 있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다. 인권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인데 현 정부는 북한 및 중국의 인권문제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북한과 중국의 인권 상황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특히 북한에 대해서는 한국 안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처벌하겠다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인권에 대한 현 정부의 근본적인 인식이 무엇인지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

북한 인권은 한국과 미국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유엔인권이사회는 매년 북한 문제를 다뤄왔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유엔인권이사회에서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최근 미국·일본 등 5개국이 중국·북한 등의 자의적 외국인 구금을 규탄하는 공동선언을 발표할 때도 한국은 빠졌다. 미국 의회가 지난 15일 한국의 ‘대북 전단 금지법’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했다. 제목은 ‘한국의 시민적·정치적 권리: 한반도 인권에의 시사점’이었다. 미국 의회가 한국의 인권문제를 놓고 청문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미 의회 인권위가 청문회 대상으로 삼은 국가들은 아이티, 시리아, 르완다, 콩고민주공화국, 북한, 중국 등 인권 후진국들이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부적절하다’라는 입장이며 일부 여권 인사들은 ‘내정 간섭’이라고 주장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현 정부는 미 정계 거물들이 속해 있는 로비회사를 고용해 한국 정부 입장에 대한 미국 조야의 비판을 무마하려 했다. 또한 ‘대북 전단 금지법’과 관련해 유엔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들은 지난 19일 한국 정부에 “대북 전단 금지법이 국제법에 위반된다”라는 취지의 서한을 발송했다. 이미 유엔 북한 인권특별보고관이 이 법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는데 의사·표현의 자유 및 평화적 집회·결사의 자유 등 여러 분야의 유엔 특별보고관들이 공동으로 서한을 보낸 것은 국제사회가 현 정부의 조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또한, 국제사회는 중국 티베트 및 신장 지역의 인권 상황을 지속해서 규탄해왔다. 특히 신장 위구르족 인권문제와 관련해 2022년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움직임도 있다. 지난해 미국 정부는 위구르족 탄압에 책임이 있는 중국 당국자들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위구르 인권정책법’ 그리고 신장 지역에서 강제노동으로 생산되는 제품(면화 및 면제품 등)의 수입을 금지하는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을 공포했다. 미국은 지난 3월에는 유럽연합, 영국 및 캐나다와 공동으로 중국 정부 관료들을 인권유린을 이유로 제재 대상 명단에 올렸으며, 최근 영국 하원은 위구르족 탄압이 ‘집단학살’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결의를 채택했다. 한국 정부는 위구르족의 인권 상황에 대해 중국의 눈치를 보기 때문인지 이제까지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국내 언론 가운데 친정부 매체들은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 탄압 실상을 상세히 보도하기보다는 이를 둘러싼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 중국 사이 공방에 초점을 맞추거나 서방 언론 보도와 중국 정부의 반박을 균형(?) 있게 다뤄 국제사회의 비난에 문제가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한국은 이번 6월 영국에서 개최되는 G7 회의에 인도, 호주 및 남아공과 함께 게스트로 초청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 미국은 중국 신장 위구르족의 강제노역 문제와 관련해 공동으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하고 있으며, G7은 ‘비슷한 신념을 가진 국가들’로서 이번 회의가 중국 신장 위구르족 인권문제 등 여러 이슈에 대해 연대감을 보여 줄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상황이 시작된 이래 첫 해외 나들이라서 기대가 크겠으나 그간 한국 정부의 태도로 인해 회의장에서 외톨이가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현 정부가 북한과 중국의 인권문제에 대해 취하는 태도를 보면 단순히 북한과 중국을 의식하는 수준을 넘는 것 같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한국 안에서 누구나 누리는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도 ‘대북 전단 금지법’에 대한 정부의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 또한, 과거 이민족의 억압을 받았던 아픈 역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처지에 있는 중국의 소수민족들이 겪는 고초에 대해 애써 외면하고 있다. 그러면서 군대 위안부 등 과거 일본의 인권유린 행위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상식을 넘는 태도를 보여 역풍을 맞고 있다. 현 집권세력이 우리나라의 민주화에 있어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면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인권에 대해서 무차별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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