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쑥
이정록(1964 ~ )
새로 나온
어린 쑥입니다.
첫인사를 드리려고 하니
쑥스러워 솜털이 돋네요.
열심히 쑥스럽게 살겠습니다.
들쑥날쑥 다르게 살겠습니다.
절대로 쑥덕거리지 않겠습니다.
나를 뭉개어 다른 누구를
쑥물들이지 않겠습니다.
쑥쑥 쑥스럽게 자라겠습니다.
오로지 쑥스럽게 살겠습니다.
[시평]
봄 뜰에는 지금 풀꽃들이, 새로 돋아나는 풀잎들이 한창이다. 민들레 노란 꽃이, 꽃다지, 달래꽃 등이 가녀린 꽃대를 하늘거리고, 돌 틈에서는 쑥부쟁이가 작은 잎들을 내민다. 새로 돋는 쑥부쟁이 이파리 뒤로는 오송송 솜털이 돋아 있다. 마치 새봄을 맞아 첫인사를 드리려고 하니 쑥스러워 돋는 솜털인 양.
왜 이 풀은 ‘쑥’이란 이름을 지닌 걸까. 누가 뭐라고 해도, 그 누구의 관심밖에 있어도, 저 혼자 쑥쑥 자라서 그런 이름을 얻은 걸까. 이런 쑥을 바라보며, 봄 뜰에 피어난 쑥을 바라보며, 저 쑥 마냥, 조금은 쑥스럽게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의 자세. 그리곤 사람들의 일에 관하여 절대로 쑥덕거리지 않겠다는 마음속 작은 결심.
스스로를 뭉개어 다른 사람을 아프게 물들게 하지 않겠다는 예쁜 생각. 그리고는 씩씩하게 쑥쑥 쑥스럽게 자라겠다는 대견한 결의. 그렇지만 이런 마음속에서도 조금은 부끄러운 듯, 그런 마음을 지니고 오로지 쑥스러운 듯 순박하게 살겠다는, 참으로 착하디 한 겸허.
봄 뜰 막 돋아나는 어리디 어린 해쑥들을 바라보며, 이 감미로운 봄 햇살과 같이 새로이 시작하는 이와 같은 마음 지녀본다는 것. 한번쯤 이런 마음의 다짐 해본다는 거, 참으로 아름답고, 대견한 일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