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도서관에서 공개된 사진으로, 1918년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의 한 강당에 마련된 임시 병동에서 미국 적십자사 자원봉사 간호사들이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출처: 뉴시스)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공개된 사진으로, 1918년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의 한 강당에 마련된 임시 병동에서 미국 적십자사 자원봉사 간호사들이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출처: 뉴시스)

스페인독감 후 수명 2배 늘어

백신·항생제·공중보건 등 영향

2100년 100세들, 2500만명↑

최장 수명 ‘122세’는 25년째

수명 연장에 과학자들 찬반

[천지일보=이솜 기자] 인간은 영원한 사회에 속해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그럴까.

1920년과 2020년 사이에 인간 평균 수명은 두 배로 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간의 수명은 늘어나고 있다. 원인으로는 과학이 주요했지만 인간의 행동도 영향을 끼쳤다.

우리의 수명은 어떻게 늘었을까. 앞으로 우리는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까. 수명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작가 페리스 자브르와 스티븐 존슨은 뉴욕타임스(NYT)에 이 같은 내용의 최근 연구들과 논쟁을 다뤘다.

◆인간 수명은 어떻게 늘었나

1918년 9월 독감 바이러스는 미국 보스턴 외곽에 있는 군 기지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소위 ‘스페인 독감’ 즉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이후 전 세계로 퍼졌다. 이미 제1차 세계대전이 발생했던 시기에 이 질병은 전 세계 1억명을 죽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비교해보면 당시보다 4배나 인구가 많은 행성에서 약 3백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두 전염병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1918~1919년 스페인 독감은 젊은 성인들 사이에서 치명적이었다. 이에 젊은 층은 대유행 시기 기대수명이 급격히 줄어든 반면 나이든 사람들의 기대수명은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평균 수명이 54세에서 47세로 급감했고, 잉글랜드와 웨일즈에서는 54세에서 41세로 10년 이상 감소했다. 인도는 평균 수명이 30세 미만이었다.

스페인 독감 이후 한 세기 동안 인간의 평균 수명은 두 배가 됐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역사 교과서들이 건강 증진에 대한 주제를 언급할 때 주로 세 가지를 거론하는데 백신, 세균설, 항생제다. 그러나 실제 과정은 훨씬 더 복잡하다. 이러한 혁신은 과학자들에 의해 시작됐을지 모르지만 일상에서 사람들에게까지 이익을 가져다주기 위해서는 운동가들과 공공 지식인들, 법률 개혁가들의 노력이 필요했다.

지난 세기 동안 기대수명이 2배로 늘어난 것은 연령 스펙트럼의 양쪽 끝에서 진보한 결과다. 아이들의 죽는 횟수는 적어졌고 노인들은 훨씬 오래 살고 있다.

생일. ⓒ천지일보DB
생일. ⓒ천지일보DB

최초의 기대수명표는 1600년대 후반부터 측정됐다. 18세기 중반까지 기대수명은 풍년이나 질병 발생으로 오르거나 내리거나 하면서 약 35년을 거의 넘지 못했다. 유아와 소아 사망률이 충격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어린이 다섯명 중 두명은 성인이 되기 전에 죽었다.

1750년경 영국 귀족의 평균 수명은 해마다 일정한 비율로 증가하기 시작했고 왕족과 일반인들 사이에 수명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에드워드 제너가 개발한 천연두 백신에 따른 결과였다.

이후 백신의 광범위한 접종에도 1800~1850년 사이 미국인의 전체 수명은 13년이나 감소했다. 1815년 뉴욕에서 보고된 사망자 중 약 30%가 5세 이하의 어린이였다. 범인은 우유였다. 냉장고가 없던 시대, 상하거나 동물로부터 박테리아 등이 포함된 우유를 마시면 디프테리아, 장티푸스, 성홍열이 발생했다.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 교수는 와인을 가열한 후 재빨리 식히면 그 안에 있는 많은 박테리아를 죽이면서 맛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고 상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전 세계 우유에 적용된 이 기술은 이제 수많은 사람들을 매일 질병으로부터 구해주고 있다.

20세기의 첫 10년이 되자 영국과 미국의 평균 수명은 50년을 넘어섰다. 인구 전체의 평균 수명이 늘어난 데는 엘리트들만이 아니라 전체 인구에 혜택을 주는 인프라 발전에 의해 공중보건이 추진됐기 때문이다. 이 기간 전 세계 도시 사람들은 그들의 식수에 미세한 양의 염소를 넣기 시작했다. 1908년 미국 의사 존 L. 릴의 실험이 성공하면서 많은 양의 염소는 독이지만 극히 적은 양은 사람에게 무해하면서도 콜레라와 같은 질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에게는 치명적임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기대수명은 이후 백신 개발의 증가와 공중보건 개혁이 맞물리면서 더 늘었다. 백일해 백신은 1914년, 결핵은 1921년, 디프테리아는 1923년, 소아마비 백신은 1950년대 초 개발됐다.

의약품이 20세기 중반 기대수명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은 1928년 스코틀랜드 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이 발견한 ‘마법의 총탄’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으로부터다.

항생제가 처음 대량 생산된 지 10년이 지난 후 서구와 세계의 다른 나라들 사이의 격차는 지난 50년 동안 인구통계 역사상 전례가 없는 속도로 좁혀졌다. 스웨덴은 아동 사망률을 30%에서 1% 미만으로 낮추는데 약 150년이 걸렸고, 전후(戰後) 한국은 불과 40년 만에 같은 업적을 달성했다. 인도는 70년 만에 기대 수명을 거의 두 배로 늘렸다.

저소득 국가에서 창궐한 콜레라와 이로 인한 탈수증은 끓인 물과 설탕과 소금을 보충해주는 수분공급요법으로 대부분 치료가 됐다. 1980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에서 천연두가 소멸됐다고 공식 선언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까

이같이 의료·사회적 진보가 노년기 질병을 완화하고 수명을 연장하면서 유난히 장수하는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유엔은 1990년에 약 9만 5000명이었던 100세 노인이 2015년에는 45만명 이상이 있다고 추정했다. 2100년에는 2500만명이 될 것이다.

특이한 부분은 세계적으로 최장 수명은 좀처럼 늘지 않는다는 점이다.

프랑스에서 1875년에 태어나 122년을 산 잔 루이즈 칼망이 죽은 지 25년 후에도 그녀보다 더 오래 산 사람은 아직 없었다. 칼망의 나이와 가장 가까웠던 사라 크나우스는 119세의 나이로 사망했으며 일본 후쿠오카에 사는 카네 다나카는 현재 118세다. 대부분의 장수하는 사람들은 115세를 거의 넘기지 못했다.

최장 수명이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나뉘고 있다. 비관론자들은 사람의 수명이 촛불의 심지와 같아서 칼망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볼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낙관론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기대수명이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칼망 이상으로 장수해 125세, 150세, 200세까지 사는 사람들이 생길 것으로 전망한다.

인간 수명의 한계라는 문제에 내재돼 있는 보다 근본적인 수수께끼는 다음과 같다. ‘왜 모든 유기체는 늙고 죽는 걸까.’ 몇몇 유기체들은 이 주장에 대한 살아있는 증거로 간주된다. 과학자들은 최근 해저 깊숙한 곳의 퇴적물을 파헤쳐 1억년 이상 ‘대사적으로 활동적인 형태’에서 살아남은 미생물을 발굴했다. 히드라와 해파리 같은 몇몇 생물들은 늙지 않아서 일부 과학자들은 이들을 생물학적으로 불멸의 존재로 간주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많은 종들이 멸종할까. 대부분의 장수 연구자들은 노화가 자연 선택으로 형성된 적응적 특성이 아니라는 데 동의한다. 많은 유기체에 있어 외부 위협은 너무 크고 오랫동안 계속돼 견디기 힘들기 때문에 노년에 몸을 보존해야 한다는 진화적 압력이 크지 않아 퇴화가 된다는 관측도 있다. 결국 신진대사에 많은 힘이 드는 모든 복잡한 종류의 동물은 궁극적으로 노쇠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수명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면서 ‘수명 연장’ 자체에 대한 찬반도 나뉜다. 수명 연장에 찬성하는 과학자들은 번영과 가능성을 말하며 반대 측은 건강한 상태라도 수명을 연장하는 것은 인구 과잉 현실에서 불운한 방향이라고 비판한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노년의 주요 질병에서 살아남는다 해도, 여전히 노쇠한 몸의 허약함은 피할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생물학에서 수명 연장의 가장 예측 불가능한 결과는 그것이 ‘우리의 심리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라고 페리스는 꼬집었다.

모든 인간 문화는 지구상의 삶은 유한하고, 위대한 계획에 있어서는 비교적 인생이 짧다는 이해와 함께 진화해 왔지만, 만약 우리가 200년 혹은 그 이상 사는 것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에서 태어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노벨상을 수상한 저명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1964년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생물학에서는 죽음의 필연성을 나타내는 징후를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는 곧 죽음이 반드시 필연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아울러 무엇이 우리에게 문제를 일으키는지 생물학자들이 알아내기 전까지 죽음은 그저 시간의 문제일 뿐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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