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흰 소, 종이에 유채, 1953-54, 34.2 x 53.0, 개인소장 (출처: 뉴시스)
이중섭, 흰 소, 종이에 유채, 1953-54, 34.2 x 53.0, 개인소장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소유했던 고미술품과 서양화작품, 국내 유명작가의 근대미술 작품 1만 1000여건, 2만 3000여점을 삼성가(家)가 국립기관에 기증한 가운데 그중 50년간 종적을 감췄던 이중섭 작가의 ‘흰소’가 나와 화제다.

이중섭은 흰 소를 통해 내면을 표출해왔는데 작품 속 흰 소는 저돌적이지 않으면서 아주 힘이 없는 상태도 아니라는 평가다. 현존하는 이중섭 ‘흰 소’ 연작은 5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중섭 흰 소 작품은 2016년 열린 전시 '이중섭: 백년의 신화' 당시 이를 준비하던 학예연구사들이 애타게 찾았으나 종적을 알 수 없어 포기했던 작품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흰 소와 함께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황소’는 이중섭을 후원한 시인이자 사업가 김광균이 소장했던 작품이다. ‘황소’는 억제할 수 없는 감정을 분출하듯 고개를 휘저어 올린 소의 움직임을 표현한 작품으로 황소의 강렬한 눈빛과 붉은 배경이 인상적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중섭의 '황소' (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천지일보 2021.4.28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중섭의 '황소' (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천지일보 2021.4.28

기증품 중에 또 눈에 띄는 것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다. 국보 제216호인 이 작품은 영조 대에 활동한 진경산수화의 대가였던 겸재 정선의 작품이다. 가로 138.2㎝, 세로 79.2㎝로 겸재가 남긴 작품 중 가장 큰 편에 속한 이 그림은 한여름 소나기가 지나간 뒤 삼청동·청운동·궁정동 쪽에서 바라본 인왕산 바위의 인상을 담고 있다. 비에 젖은 웅장한 암벽, 자욱한 안개를 포착한 이 작품은 겸재의 진경산수작품 중에서 대표작으로 뽑혀 300억~ 1000억원의 가격으로 평가된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국보 제216호인 이 작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됐다.(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천지일보 2021.4.28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국보 제216호인 이 작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됐다.(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천지일보 2021.4.28

조선 풍속화가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 역시 시선을 모은다. 보물 제1393호로 지정된 이 작품은 단원이 중국 송나라 문장가인 구양수가 지은 ‘추성부(秋聲賦)’를 그림으로 표현한 시의도(詩意圖)이다. 이 작품은 1806년 단원이 죽기 바로 전 해인 1805년 동지 사흘 후에 그린 말년작으로 본다. 작품 안에는 가을 산과 함께 중국식 초옥(草屋) 그리고 초옥의 창 안에는 구양수가 보이며 전체적으로 가을밤의 스산한 분위기를 통해 인생의 허무함을 나타내고 있다.

보물 제2015호인 14세기 고려시대 불화 ‘천수관음보살도’도 있다. 1천개의 손과 손마다 눈이 달려있는 보살의 모습을 한 천수관음보살을 그린 이 불화는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의 자비력을 손과 눈으로 형상화해 강조했다. 현재 있는 고려불화 중 유일하게 알려진 천수관음보살도이며 다채로운 채색과 금니(金泥)가 조화롭게 화면을 수놓고 있다.

근대 서양 미술의 걸작들도 있다. 인상파 거장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은 모네 후기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인상주의와 추상주의를 연결하는 미술사적 의미가 높다. 색채의 마법사로 불리는 마르크 샤갈의 ‘붉은 꽃다발과 여인들’도 있다. 이 작품은 붉은색 꽃들이 담긴 화경이 화면 중앙에 그려져 있으며 주위로 연인과 과일바구니, 와인병 등의 정물이 작게 묘사돼 있다. 푸른 색조의 배경과 빨간 꽃의 색채 대비가 강렬한 작품이다. 모네와 샤갈의 작품 외에 호안 미로의 ‘구성’,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등이 기증되며 피카소, 폴 고갱, 다비드 피사로 등의 작품들도 있어 여태 모네와 피카소의 작품이 없었던 국립현대미술관의 격이 한층 더 높아질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천지일보 2021.4.28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천지일보 2021.4.28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국보·보물 60건과 국내 유일 문화재, 최고(最古) 유물과 고서·고지도 등 고미술품 2만 1600여점이 기증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근대 미술품 1226건, 1400여점이 기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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