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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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지난 4월 13일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결정했다. 일본이 방류키로 결정한 오염수에는 세슘, 스트론튬, 트리튬(삼중수소) 등 위험한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다.

세슘 등 방사능 오염물질은 시간이 지나도 잘 희석 되지 않고,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인체에 쌓일 경우 암에 걸릴 수도 있다. 또한 주요 방사성 물질 중 하나인 트리튬(삼중수소)은 일본이 밝힌 방사능 제거기(ALPS/알프스)를 통해 걸러지지도 않아 그대로 바다에 버려지게 되는데 버려지는 순간 오랜 기간 바닷물 속에 남게 된다.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 속의 삼중수소를 인체에 무해한 수준인 기준치의 40분의 1까지 희석해 방류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또한 배출되는 방사성 물질의 농도만 규제하고 총량을 규제하지 않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속임수에 불과하다. 총량 규제 없이는 삼중수소를 아무리 희석해도 결국에는 짙은 농도의 삼중수소를 한꺼번에 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방출된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는 주변 해역의 수산물을 오염시키고, 인간이 이 수산물을 장기간 섭취할 경우 신체 내에 방사성 물질이 축적된다. 이렇게 축적된 삼중수소가 인체 내 정상적인 수소를 대체하면, 삼중수소가 헬륨으로 바뀌는 ‘핵종전환’이 일어나고, 핵종전환은 유전자의 변형이나 세포사멸, 생식기능 저하 등 부작용을 발생시키게 된다.

결국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것은 세슘, 스트론튬, 삼중수소 등 방사성 물질로 태평양 바다를 오염시켜 바다생물과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는 한마디로 인류와 자연에 대한 중대한 범죄행위이다. 일본 정부의 결정은 자국민뿐만 아니라 한국과 중국, 주변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을 가하는 폭거이자 나아가 인류와 자연에 대한 ‘핵 테러’나 진배 없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일본 정부는 오히려 ‘삼중수소 농도가 중국이나 한국의 원전이 바다에 방출하고 있는 것 이하’라는 망발을 서슴치 않고 있다. 또한 망언 제조기로 악명이 높은 아소 다로 부총리는 ‘해양 방출할 오염수 물을 마시더라도 별일 없다’고 큰소리 치고 있다. 그의 말대로 오염수가 인체에 무해하다면 굳이 바다에 버려 논란 일으킬 필요 없이 그들이 다 마시면 될 일 아닌가.

일본 정부가 바다 방류 외에는 원전 오염수 처리 방법이 없다고 한 주장도 거짓이다. 방사능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안전하게 차폐, 격리해 방사능이 자연상태로 낮아질 때까지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는 저장탱크에 격리해 후쿠시마 핵발전소 부지 안에 보관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 것이다. 저장탱크가 포화상태라고 하지만, 더 많은 저장탱크를 마련해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부지와 주변지역에 보관하면 그나마 안전한 상태로 유지된다. 그리고 이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데도 자국의 어민들도 반발하고 주변국에서도 반대하는 원전 오염수 방출을 강행하는 이유는 오염수 저장비용을 줄이려는 경제적 이해관계와, 후쿠시마 핵 참사의 유물을 눈 앞에서 치워버림으로써 핵 사고의 기억을 없애고, 거짓 부흥을 과시하려는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사실이 이러하다면 생명과 안전을 무시하고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용납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린 일본 정부를 강력하게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의 최우선 과제는 일본 정부가 방사성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 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일본 정부는 한국,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반발과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판에 귀 기울이며 오염수 방류 결정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아울러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한국 정부가 가장 빠르게 오염수 방류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국제해양재판소에 잠정 조치를 청구하는 것이다. 한국은 인접국으로서 가장 강력한 권한이 있다.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무단 결정은 국제해양법에 명시된 주요 사전 원칙을 위반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주변국이 반대해온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독단적으로 강행하려는 행태를 결코 묵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오염수의 무단 방류는 해양생태계를 넘어 인간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이 불보듯 뻔한데 또 다시 이러한 범죄를 단호하게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NO 재팬, NO 핵 오염수’의 깃발을 높이 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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