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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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헌법 제12조 제7항은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폭행·협박·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 자의로 진술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될 때 또는 정식재판에 있어서 피고인의 자백이 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일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거나 이를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라고 해 자백의 증거능력을 제한하고 있다. 헌법에서 말하는 자백은 자기가 저지른 죄를 남들 앞에서 스스로 인정하는 진술을 말한다.

헌법이 자백에 대해 그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것은 신체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형사사건에서 진범을 체포·구속하고 재판절차를 거쳐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책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적 법치국가는 국가에 형벌권을 위임하고 있는데, 국가권력이 헌법에 근거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형벌권을 정당하게 합헌적으로 행사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래서 헌법은 신체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죄형법정주의나 적법절차원칙, 고문금지, 영장제도 등 다양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은 자백에 대해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해 받아낸 자백이나 형사사건에서 자백이 유일한 증거일 때에는 그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자백을 받기 위한 불법적 방법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헌법은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받아낸 임의성이 없는 강제된 자백이나 피고인에게 자백이 불리한 유일한 증거일 경우에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거나 이를 이유로 처벌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헌법이 이렇게 자백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것은 어떤 상황에도 자백을 증거로 한다면, 수사기관은 자백을 받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헌법 제12조 제7항은 고문·폭행·협박·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 등 위법한 방법으로 자백을 받는 것에 대해 자의로 진술한 것이라 인정할 수 없는 경우에 자백의 증거능력을 제한한다고 하고 있다.

헌법은 이미 제12조 제2항에서 고문 금지를 규정하고 있고, 고문에 의한 자백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이 외에도 폭행이나 협박 또는 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등을 통해 자백을 강요하게 되면, 이는 강제적으로 진술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피고인에게 자백이 자신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가 되면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거나 이를 이유로 처벌하지 못하도록 해 형사피고인에 대해 국가권력의 부당한 행사를 차단하고 있다.

헌법에서 자백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명문의 규정을 둔 것은 고문 금지, 진술거부권과 같은 맥락에서 형사피고인의 신체의 자유를 보호하고자 함에 있다. 물론 이 헌법조항이 단지 형사피고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구체적으로 보장해 주기 위한 것이다. 헌법은 자백의 증거능력을 제한하지만, 증거능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다른 증거가 있는 상태에서 적법절차에 따라 자백이 있다면 자백의 증거능력은 인정될 수 있다. 그런데 자백이 유일한 증거가 되면 적법절차에 따른 자백이어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해도 증명력이 제한돼 유죄의 증명을 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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