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일 ‘화녀’ 재개봉 확정
2030은 매력에 윤며드는 중
오스카 ‘스웨그백’까지 관심↑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바야흐로 배우 윤여정의 시대다. 한국인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그를 향한 관심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윤여정은 지난 25일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최우수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시상식의 수상소감은 물론 시상식 이후 기자회견 등에서의 윤여정의 애티튜드, 발언 등은 모두 화제가 됐고 과거 그가 방송에서 보여줬던 모습들까지 재조명되며 ‘윤여정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 다시 회자되는 그의 작품들
윤여정은 아카데미상 수상소감 중에 “이 상은 나의 첫 번째 감독이었던 고 김기영 감독을 위한 것”이라며 “굉장히 천재적인 감독이었다. 살아있었다면 분명 기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98년에 사망한 김기영 영화감독은 영화 ‘화녀’로 윤여정의 스크린 첫 데뷔작을 함께했다. 그런 ‘화녀’가 50년 만에 극장을 다시 찾는다.
오는 1일 CGV시그니처관에서 재개봉하는 ‘화녀’는 당시 신인이었던 윤여정에게 제10회 대종상영화제 신인상, 제8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제4회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화녀’는 시골에서 상경해 부잣집에 취직한 가정부 명자(윤여정)가 주인집 남자의 아이를 낙태하면서 벌어지는 파격과 광기의 미스터리 드라마로 20대 윤여정의 과감하고 파격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화녀’ 외에도 그가 출연한 다양한 작품들이 줄줄이 관객들을 찾고 있다. 독립·예술영화 전문극장 씨네큐브는 ‘하녀’ ‘죽여주는 여자’ ‘바란난 가족’ ‘찬실이는 복도 많지’ 등을 상영중이며 한국영상자료원도 오는 7일부터 윤여정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 특별전에 ‘충녀’ ‘어미’ ‘여배우들’ ‘돈의 맛’ ‘계춘할망’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미나리’ 등 윤여정이 주·조연으로 출연했던 17편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역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티빙은 ‘아카데미 수상, 미나리 배우들의 여정’으로 윤여정과 함께 ‘미나리’에 출연한 배우들의 작품들을 재조명했다. 왓챠와 웨이브도 ‘지금 가장 빛나는, 윤여정’과 ‘THE:윤여정’ 파트를 만들어 윤여정이 여태 출연한 작품을 한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윤여정이 최근 예능을 많이 찍었던 tvN은 유튜브 ‘tvN D ENT’에 그가 출연했던 프로그램들의 장면들을 모아 영상을 올렸다.
◆ 윤여정에 ‘윤며드는’ 2030
한때 윤여정은 비호감 배우였다. 겉으로 ‘센’ 이미지가 강했고 당시에 흔치 않았던 ‘이혼녀’의 수식어 역시 그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오스카의 주인공이 된 지금은 2030대의 새로운 ‘롤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2030세대는 ‘윤여정에게 스며든다’는 표현으로 ‘윤며들다’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그의 여유로운 애티튜드, 70대지만 직접 또박또박 말하는 영어까지 열광하며 ‘윤여정 어록’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사실 과거 tvN 예능 ‘꽃보다 누나’ ‘윤식당’ 등을 통해 2030세대는 그의 모습에 윤며들고 있었다.
특히 ‘꽃보다 누나’의 인터뷰에서 했던 그의 말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후배 배우 이미연이 “선생님은 막상 작품을 들어갔는데 마음에 안 들면 어떻게 하세요? 어떻게 이겨내세요?”라고 묻자 윤여정은 “똥 밟았다 생각해. 그럼 어떡해. 빼라고 해? 그냥 해야지. 근데 다 잃는 것 같아도 사람은 또 얻어. 어떤 경험이라도 얻는 것은 있기 마련이야”라고 답했다.
이외에도 그가 “아쉽지 않고 아프지 않은 인생이 어딨어. 내 인생만 아쉬운 것 같고 내 인생만 아픈 것 같고 그런데, 다 아파. 다 아프고 다 아쉬워. 내려놓는 거지. 하나씩 내려놓는 것, 포기하는 것, 나이 들면서 붙잡지 않는 것. 웃고 살아야지. 난 웃고 살기로 했으니까”라고 말한 인터뷰는 암울한 시기를 살아가는 20대들에게 여전히 위로가 되고 있다.
◆ 시선 모으는 오스카 스웨그백
오스카 수상으로 시선을 모으는 것은 그의 작품, 어록만이 아니다. 그가 받는 트로피와 ‘스웨그 백’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스카 트로피는 24K 금으로 도금한 청동상으로 현지 매체들은 제작비용을 약 400달러(45만원)로 추산했다. 다만 오스카 수상자는 트로피만 받을뿐 별도의 상금은 없다.
하지만 오스카 시상식 이후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회사 디스팅크티브 애셋이 지난 2000년부터 마케팅 차원에서 마련한 ‘스웨그백’이 20만 5000달러(2억 2000만원) 가치로 추산된다는 소식이 들리자 누리꾼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스웨그백’은 매년 구성이 바뀌는데 올해는 스웨덴 럭셔리 호텔의 숙박권과 비타민 테라피, 무료 지방흡입 시술권, 순금 전자담배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지난 27일(현지시각) 해외매체들은 스웨그백은 아카데미 주관사와 전혀 상관이 없으며 ‘공짜’도 아니라고 보도했다. 이 스웨그백에 대해 미국 국세청은 연예인 소득으로 분류했기 때문에 1억 원의 세금을 내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스웨그백 안에는 캘리포니아주에서 합법화된 각종 대마초 성분 제품도 포함돼 윤여정 외 스티브 연과 정이삭 감독도 받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