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4층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제7회 전체회의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제공: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천지일보 2021.4.28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4층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제7회 전체회의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제공: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천지일보 2021.4.28

윤종인 “개인정보 처리, 정보 주체의 확실한 동의 구해야”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가 28일 제7회 전체회의를 열고 챗봇 ‘이루다’ 개발사 ㈜스캐터랩에 대해 총 1억 330만원의 과징금과 과태료 등을 부과했다.

이는 AI 기술 기업의 무분별한 개인정보 처리를 제재한 첫 사례다. 개인정보위는 지난 1월 12일 언론 보도를 통해 조사에 착수했다.

개인정보위 조사 결과 스캐터랩은 자사의 앱 서비스인 ‘텍스트앳’과 ‘연애의 과학’에서 수집한 카카오톡 대화를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페이스북 이용자 대상의 챗봇 서비스인 ‘이루다’의 AI 개발과 운영에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캐터랩은 ‘이루다’ AI 모델의 개발을 위한 알고리즘 학습 과정에서 카카오톡 대화에 포함된 이름, 휴대전화 번호, 주소 등의 개인정보를 삭제하거나 암호화하는 등의 조치를 전혀 하지 않고 약 6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의 카카오톡 대화 문장 94억여건을 이용했다. 또 ‘이루다’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는 20대 여성의 카카오톡 대화 문장 약 1억건을 응답 DB로 구축하고 ‘이루다’가 이 중 한 문장을 선택해 발화할 수 있도록 운영했다.

개인정보위는 스캐터랩이 이같이 ‘이루다’ 서비스 개발과 운영에 이용자의 카카오톡 대화를 이용한 것에 대해 ‘텍스트앳’과 ‘연애의 과학’ 개인정보처리방침에 ‘신규 서비스 개발’을 포함해 이용자가 로그인함으로써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만으로는 이용자가 ‘이루다’와 같은 ‘신규 서비스 개발’ 목적의 이용에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신규 서비스 개발’이라는 기재만으로 이용자가 ‘이루다’ 개발과 운영에 카카오톡 대화가 이용될 것에 대해 예상하기도 어려우며 이용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제한되는 등 이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볼 우려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아울러 스캐터랩이 개발자들의 코드 공유 및 협업 사이트로 알려진 Github에 지난 2019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름 22건(성은 미포함)과 지명정보(구·동 단위) 34건, 성별, 대화 상대방과의 관계(친구 또는 연인) 등이 포함된 카카오톡 대화 문장 1431건과 함께 AI 모델을 게시한 것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28조의2제2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개인정보위는 조사 과정에서 정보 주체가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알리고 동의를 받지 않은 사실 등 추가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만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점, 성생활 등의 민감정보를 처리하면서 별도의 동의를 받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됐다.

송상훈 개인정보위 조사조정국장은 “조사 과정에서 스캐터랩의 개인정보보호법 추가 위반 사실이 확인돼 총 8가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과징금, 과태료를 합해 1억 330만원을 부과했다”고 말했다.

윤종인 개인정보위 위원장은 “‘이루다’ 사건은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 그 어느 때보다도 격렬한 논쟁이 있었고 매우 신중한 검토를 거쳐 결정됐다”면서 “이번 사건은 기업이 특정 서비스에서 수집한 정보를 다른 서비스에 무분별하게 이용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고 개인정보 처리에 대해 정보 주체가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알리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본 건에 대한 처분 결과가 AI 기술 기업이 개인정보를 이용할 때에 올바른 개인정보 처리 방향을 제시하는 길잡이가 되고 기업이 스스로 관리·감독을 강화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스캐터랩은 “현재 만 14세 미만 사용자에 대한 서비스를 제한하고 가명처리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조치를 취했으며 개인정보 및 민감정보 수집·이용 동의 절차 개선 등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위한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개인정보위는 AI 기술 기업이 스스로 개인정보 보호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AI 개발자나 운영자가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AI 서비스의 개인정보보호 자율점검표’를 발표하고 현장 컨설팅을 지원하는 등 AI 기술 기업이 국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AI·데이터 기반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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