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not caption

애초에 영화 ‘미나리’는 국내에서 주목을 덜 받았다. 브레드 피트가 대표인 제작사 플랜 B는 미국기업인데다가 정이삭 감독의 국적도 미국이었다. 다만, 배우 윤여정이 각종 국제 영화제에서 조연상을 거머쥐기 시작하면서 평가가 달라졌다. 점차 한국 이민 가정의 이야기라는 점은 물론 한국 문화가 담긴 미나리에 대해서 작품상, 각본상, 감독상 수상에 대한 응원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는 영화 ‘미나리’만 보였지만, 많은 이들은 영화 ‘노매드랜드’에 열광하고 있었다. 그 영화를 만든 감독은 중국이 더욱 열광할만한 요소가 컸는데, 오히려 조용했고 오히려 싸늘했다. 이 같은 희비의 교차는 앞으로 한국과 중국의 미래가 더 달라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적어도 문화적 측면에서는 더욱 그렇다.

제93회 아카데미에서 감독상은 물론 작품상을 받은 클로이 쟈오는 중국 국적이다. 하지만 중국은 외면했다. 중국본토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최초로 홍콩에서도 아카데미 시상식을 중계하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정이삭 감독이 한국계라는 이유만으로 영화 ‘미나리’의 작품상 각본상 수상을 응원했던 한국과 달랐다. 이유가 무엇일까?

공식적으로는 중국이 클로이 쟈오의 영화 ‘노매드랜드(Nomadland)’가 너무 미국적이라서 거부감을 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클로이 쟈오 감독의 영화 ‘노매드랜드’는 갑자기 돌풍을 일으킨 작품이 아니다. 이미 수많은 영화제에서 수상을 했기 때문에 중국에서도 인지하고 있었고, 골든 글로브에서 상을 받았을 때만 해도 호평으로 화답했다. 골든글러브에서도 역시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는데, 이때는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났고 중국 국적을 갖고 있으니 환호의 조건은 충분했다.

싸늘한 까닭은 단순했다. 중국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말했다는 것. 클로이 쟈오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은 거짓투성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인터뷰는 최근이 아니다. 2013년, 무려 8년 전 인터뷰 내용이다. 중국 측은 지금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묻지도 않는다. 단순히 반응이 싸늘한 것이 아니라 아예 클로이 쟈오에 관한 내용을 SNS에서도 삭제하고 아예 정보 유입 자체를 막았다. 만약 영화 내용이 중국을 비판적으로 다룬 작품이라면 모르겠는데 전혀 이와는 관계가 없으니 21세기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점을 믿을 수 없다.

거꾸로 이러한 것만 봐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나고 국적을 중국에 두고 있는 클로이 쟈오 같은 능력이 있는 젊은이들이 왜 중국을 떠나 미국에서 활동하는지 알 수가 있다. 작년에 봉준호 감독의 감독/작품/각본/국제장편영화상의 수상에 이어 클로이 쟈오 감독의 2관왕 수상은 아시안웨이브 현상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며 이는 중국을 포함한 전 아시아 동양이 기뻐할 일이다. 그래미 어워즈에서는 많이 밀렸던 아시아 예술인들에 대해 아카데미는 그래도 전향적인 자세를 갖고 있음을 알 수가 있는데, 그러한 일정한 제스츄어도 용인하지 못하는 중국이다.

중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문화 대국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하지만 클로이 쟈오 사태를 보면서 그것은 한낱 꿈에 불과할 수 있겠다. 국적을 떠나 상호 소통적 호혜의 문화적 공유와 공감이 문화대국을 만들 것이고, 그것이 경제 대국으로 인도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결은 미래가 이미 정해져 있다. 유물론적 사고의 한계는 이미 문화적 사고가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케이 팝 컬쳐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이 일본처럼 되면 곤란하다. 무려 63년 전에 아카데미 조연상을 받은 것을 들어 다른 나라의 수상을 딴죽 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