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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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부처 아직도 불명확

금융위원장 부정발언 후폭풍

여당 ‘청년 달래기’ 수습 나서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가상화폐 시장이 연일 뜨겁다. 지난 22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가상화폐(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여과 없이 드러낸 이후 ‘2030’ 세대의 충격이 크자 정치권에서도 대선을 앞두고 표심 잡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정부가 가상화폐 문제를 놓고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당내 가상화폐대응기구인 태스크포스팀(TF)을 만들겠다며 표심 얻기에 나섰다. 여당 일각에서는 내년부터 시행예정인 가상화폐 소득세 과세를 유예하는 방안까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의원들 “금융위원장, 뻔뻔하고 무책임한 발언”

가상화폐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급격히 늘어나면서 사기도 함께 기승을 부리자 이들 투자자들 보호를 위한 방안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엉뚱한 방향으로 불을 질렀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은 위원장은 ‘가상화폐 시장 과열에 따른 투자자 피해’와 관련해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가상화폐는 내재가치가 없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고 규정하면서 “오는 9월 가상화폐거래소가 대거 폐쇄될 수 있다”고도 경고한 것이다. 소득에 따른 세금은 내되 가상자산을 투자와 화폐로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사기를 당해도 보호해줄 수가 없다는 얘기다.

업계나 정치권에서는 ‘시대착오적인 책임없는 꼰대식 발언’이라고 비판 세례가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암호화폐 시장이 위험하니 막겠다는 접근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우리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사라지지 않고, 폐쇄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30세대는 그들의 삶이 불안하기 때문에 미래 가능성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 같은 당 전용기 의원은 “왜 청년들이 주식, 코인에 뛰어드는지 이해했다면 이런 말은 나오지 않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노웅래 의원 또한 “이미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서 금융거래로 보고 세금도 걷겠다고 나서는 마당에 코인 관련 공시의 사실 확인이나 가격 조작 세력 단속 등 최소한의 보호조차 하지 않겠다는 것은 너무나 뻔뻔하고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거들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이남우 국가보훈처 차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이남우 국가보훈처 차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부, 대책 마련 미온적

문제는 정부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법률상 정의도 내리지 못하면서 주무부처를 제대로 찾지 못한 채 혼선만 겪으면서 대책 마련에 미온적이라는 점이다. 지난 21일 정부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법무부 등 10개 정부부처가 암호화폐 관련 불법행위를 ‘특별단속’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는 코인시장에서 외환거래법을 위반한 경우가 있는지, 의심되는 거래에 대한 감시와 보고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특별단속의 골자였다.

최근의 코인시장 광풍의 이유로는 ▲풍부한 유동성 ▲유례없는 증시 호황 ▲높아진 부동산 시장 문턱 등이 꼽히는데 이와 거리가 먼 불법 단속에만 초점을 맞춰 대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핵심을 벗어난 겉핥기식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2018년에도 비트코인 광풍이 불자 정부는 우왕좌왕하기 바빴다.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암호화폐 거래는 투기, 도박과 비슷한 양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해 시장에 충격만 논란만 줬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부가 표심을 잃을까봐 부랴부랴 가상화폐 TF를 만들었다. 그러나 관련 법률을 정리하지 못하는 등 별다른 소득이 없었고, 피해도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사태도 정부가 가상자산에 대한 인식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블록체인산업협회(협회장 연삼흠)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한 해 수십억원의 정부예산을 투입해 민관협력으로 블록체인 기술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결과물이 가상자산인데 금융당국 수장은 가상자산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니 부처별로 앞뒤가 안 맞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연삼흠 한국블록체인산업협회장은 천지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은 인정하지만 그 결과물인 가상자산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면서 이는 “결국 부처별로 블록체인 기술에 관한 법률상 정의가 명확히 내려져 있지 않다보니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립이 빨리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2021년 1/4분기에만도 신규 투자자가 400만명이나 증가한 산업에 대해 엉뚱한 발언으로 충격을 준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 발언 자체가 정치가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된다”면서 “본인 생각만으로 불안하다고 무조건 제재를 걸어 패업을 종용하고 국민들의 안위도 생각 없이 말을 함으로써 불안만 가중하는 처사는 옳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비트코인 국내 거래 가격이 5000만원대까지 하락한 가운데 23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서 직원이 암호화폐 시세를 살피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오후 1시 비트코인은 58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날 6500만원선 아래로 떨어진 이후 하루 만에 다시 6000만원선도 내준 것이다. 업비트 기준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6000만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달 9일 이후 처음이다. ⓒ천지일보 2021.4.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비트코인 국내 거래 가격이 5000만원대까지 하락한 가운데 23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서 직원이 암호화폐 시세를 살피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오후 1시 비트코인은 58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날 6500만원선 아래로 떨어진 이후 하루 만에 다시 6000만원선도 내준 것이다. 업비트 기준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6000만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달 9일 이후 처음이다. ⓒ천지일보 2021.4.23

◆2021년 2030세대 신규가입자 63.5%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실이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사이트(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신규 가입자(신규로 실명계좌 연동한 이용자) 수는 249만 5289명이었고, 그중 만20세부터 만 39세까지의 신규 가입자 수는 158만 4814명으로 전체의 63.5%였다. 신규 가입자 중에서도 만 20~29세 가입자 수는 81만 6039명으로 가장 많았고, 만 30~39세가 76만 8775명이었다.

이는 곧 현재 가상화폐의 광풍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이 2030세대라는 의미다. 그러나 금융당국 수장의 강경발언에 2030의 반발이 거세지자 4.7재보궐선거 패배에 이어 대선까지 패배가 이어질 수 있다는 표심걱정에 여당이 먼저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도 섣부른 규제를 했다간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어 적극적인 대책을 내세우지도 못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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