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조은현

등불 하나로
세상이 밝지 않아
모두 불을 켠다.

예쁜 꽃 한 송이 보다
더불어 피는 게 좋아
두런두런 모였다.

별처럼 짧은 희망
노란 불빛이 망울망울 피어난다.

 

 

[시평]

진달래, 개나리는 참으로 흔한 꽃이다. 그러나 새봄 우리의 산천에 진달래와 개나리가 없다면 얼마나 허전할까. 이들 진달래와 개나리는 군락을 이루며 산다. 특히 개나리는 더욱 그렇다. 개나리의 가지만 꺾어 흙에 묻어놓고 정성껏 물을 주면 이내 뿌리를 내리고 새봄이면 여지없이 꽃을 피운다. 어디 꽃뿐이랴. 자꾸 가족을 늘려 그 일대를 개나리 숲으로 만드는 것도 여반장이다. 이렇듯 개나리는 모두 함께 어울려 피기 때문에 좋다. 개나리가 노랗게 피어 있으면, 바라보는 눈마저 황홀하다. 하나가 아닌, 많은 꽃이 어우러져 핀, 마치 등불 하나로는 세상이 밝혀지지 않을 것 같아, 모두가 어우러져서 불을 켠 듯한 개나리의 모습. 화들짝 피었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이내 지고 마는 개나리꽃. 봄날의 그 짧은 희망처럼, 올해도 여지없이 노란 그 찬란한 불빛 같은 꽃들이 무리를 이루며 망울망울 피어난다. 비록 세상은 코로나로 모두 마스크로 입과 코를 틀어막았어도.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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