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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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접종률 62%로 1위

AZ 백신, 최다 국가서 접종

WHO, 부국들 사재기 지적

중·러, 백신 외교로 영향력↑

“접종 후 면역에 몇 주 걸려”

[천지일보=이솜 기자]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건수가 10억회를 넘어섰다. 작년 12월 8일 영국에서 90세 할머니 마거릿 키넌이 첫 백신을 접종한 후 137일 만에 10억개의 백신이 전염병에 지친 세상에 투여됐다.

그러나 다음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하루 평균 백신 1850만개의 속도로 전 세계 인구의 75%를 접종하는 데는 19개월이 더 걸릴 전망이다.

◆벌어지는 백신 빈부격차

현재 세계 인구의 6.5%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전히 마쳤다.

AFP 집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207개 국가와 지역에서 최소 10억 293만 8540개의 선량이 접종됐다. 그럼에도 코로나19 신규 감염자는 23일 전 세계 89만 3천명을 넘어서면서 최고 기록을 세웠다.

전 세계 총 선량의 거의 4분의 1이 미국에서 투여됐으며 지난 한 주 동안 하루 평균 280만개 이상이 접종됐다.

최소 1회 이상 접종률은 이스라엘이 약 62%로 가장 높았고 아랍에미리트 51%, 영국 49%, 미국 42%, 칠레 41%, 바레인 38%의 순이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1억 2800만회 접종이 이뤄져 인구 대비 21%를 기록했다.

소득이 가장 높은 국가는 최하위 국가보다 약 25배 빠르게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고소득 국가는 전 세계 인구의 16%에 불과하지만 이들 중 몇몇 국가는 인구 모두가 두 번 이상 접종하고도 남을 충분한 백신을 구입했다. 원스폴리시 연구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들은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10억개 더 많은 양의 백신을 구입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백신의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저소득 국가에서 접종된 선량은 0.2%에 불과했다. 이들 국가 중 60개국은 6월까지 백신을 공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올해 초 부국들의 백신 사재를 두고 “대유행의 실패일 뿐 아니라 매우 느린 세계 경제 회복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번트리=AP/뉴시스] 작년 12월 8일(현지시간) 영국 코번트리의 코번트리 대학병원에서 올해 90세의 마거릿 키넌 할머니가 영국에서 처음으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코번트리=AP/뉴시스] 작년 12월 8일(현지시간) 영국 코번트리의 코번트리 대학병원에서 올해 90세의 마거릿 키넌 할머니가 영국에서 처음으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백신 민족주의 속 중·러의 반격

지금껏 백신 종류별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전체 대상국의 4분의 3가량인 156개국에서 투여됐다. 화이자 백신은 91개국(44%), 모더나는 46개국(22%)에서 접종이 이뤄졌다. 시노팜은 41개국(20%), 스푸트니크V는 32개국(15%), 시노박 백신은 최소 10~21% 국가에서 접종했다.

백신 민족주의는 오랜 경쟁관계에 영향을 미쳤다. 유럽은 영국으로의 백신 수출을 막겠다고 위협했다. 미국의 풍요로움에 대한 분노가 고조된 가운데 중국은 자체 개발한 백신을 이용해 영향력을 넓혔다. 중국은 알제리, 모잠비크, 볼리비아 등 12개 이상의 나라에 수백만개의 백신을 무료로 보냈다.

의약품 산업은 오랫동안 미국과 유럽의 거대 기업에 의해 지배돼 왔으나 대유행으로 인해 더 많은 백신이 필요해졌고 중국과 러시아가 처음으로 바이오의약품 수출국으로 떠올랐다.

중국은 수년 동안 자국 제약 산업을 육성해 왔으며 해외에서 경쟁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데 힘써왔으나 전적으로 내수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제 중국은 해외에도 선량을 보내고 있다. 지난 8일 기준 캔시노, 시노팜, 시노박에 의해 개발된 1400만 도스의 백신이 해외에서 접종됐다.

러시아도 스푸트니크V 백신을 최소 39개국에 배치해 공백을 매웠다. 백신 초강대국인 인도는 바라트 바이오텍이 만든 새로운 백신 생산을 늘리고 있다.

[텔아비브=AP/뉴시스] 지난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해변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젊은이들이 모여 얘기를 나누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나섰던 이스라엘은 이날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이스라엘은 국민의 53%에 상당하는 497만 명에 대해 두 차례 백신 투여를 완료해 집단면역을 대폭 늘렸다.
[텔아비브=AP/뉴시스] 지난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해변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젊은이들이 모여 얘기를 나누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나섰던 이스라엘은 이날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이스라엘은 국민의 53%에 상당하는 497만 명에 대해 두 차례 백신 투여를 완료해 집단면역을 대폭 늘렸다.

◆집단면역은 언제 달성되는가

이스라엘에서는 확진자 수 감소가 확연하지만 인도, 칠레, 바레인, 미국 메인, 미시간주 등 인구의 최소 40%가 백신을 접종한 국가와 지역에서도 여전히 감염자 수는 줄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에 백신 접종 후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신 접종 후 면역체계가 방어 능력을 갖추는 데는 몇 주가 걸린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백신 접종의 영향이 데이터에 나타나는 때는 한 달 또는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현재 보고되는 사례들은 3월 초 접종된 백신의 영향만을 반영한 것이다.

세계 인구 대다수가 코로나19에 면역이 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추정치에 따르면 현재 12개 국가만이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적어도 2023년까지는 전 세계 인구를 감당하기에 충분한 백신 용량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

이에 세계가 집단면역에 도달할 때까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특정 지적 재산권을 일시적으로 중단하자는 제안은 현재 약 100개국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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