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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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7주기가 지났다. 국민 가운데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참사가 난 날 국민들 모두는 너무도 끔찍한 현장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 잊지 않겠다, 진상규명의 길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진실은 승리한다는 믿음을 갖고 너나할 것 없이 행동에 나섰다.

세월호 참사를 야기한 것도 모자라 참사의 진실까지 덮으려 하고 책임 회피에 급급하는 정권의 모습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국민 대다수가 정권 반대 행렬에 나섰고 결국 정권은 붕괴했다. 오직 세월호 참사 때문에 정권이 무너진 건 아니지만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그 정도로 중대한 문제가 세월호 참사였다.

정권이 무너지고 실시한 대통령선거 기간 동안 문재인 후보는 세월호 진상규명을 거듭 약속했다. 야권의 유력정치인 문재인은 탄핵 이전에도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요구했고 유민이 아빠 김영호씨가 단식할 때는 10일 동안 동조단식을 하기도 했다. 세월호 유가족은 물론 박근혜 정권에 저항하던 시민들 가운데 문재인 집권기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안될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문 대통령이 집권하고 4년이라는 긴긴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무엇이 변했는가.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공약은 실현됐는가. 대통령은 약속이 지켜지도록 노력했는가. 불행히도 답은 ‘아니다’이다. 그냥 ‘아니다’가 아니고 ‘전혀 아니다’에 가깝다. 민주당 또한 의지 없기는 마찬가지다. 대선후보를 낸 정당도 당선된 대통령도 의자가 없으니 진상규명이 될 리 없다.

참사로 희생된 임경빈군 어머니 전인숙씨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24시간 노숙 농성을 시작했다. 300일을 넘기고 400일을 넘겨도 대통령은 말 한마디 없었다. 세월호 생존자 김성묵씨는 청와대 앞에서 진상규명을 외치며 46일 동안 단식했다. 역시 대통령은 말이 없었다. 문 대통령 집권 이후 터져 나온 진상규명 외침이 청와대 앞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쉼 없이 계속됐다.

대선 직후만 해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박근혜 정권 때와 같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외치며 거리에서 고통의 세월을 보내게 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왜 유족들이, 왜 세월호 참사로 고통 받은 사람들이 노숙농성, 단식농성을 해야 하는가?

문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강력한 진상규명 의지와 행동’을 보여준 적이 없다. 집권 이후 세월이 흐를수록 대통령의 세월호 진상규명 의지는 희미해졌다. 어떤 사람은 대통령이 관료에 포획돼 진상규명 의지가 없어졌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대통령이 마음씨만 좋지 사람이 물러 적폐세력을 제압하지 못한 결과라고 말한다. 검찰이라는 거대 집단이 의지가 없으니 총선에서 민주당에 표를 몰아주어 검찰개혁을 해야만 대통령의 진상규명 의지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무엇이 진실일까?

대한민국 대통령의 권한은 막강하다. 특히 정권 초기 대통령의 힘은 무척 강하다. 힘이 있을 때 그 힘을 바르게 쓰지 못하는 권력이라면 권력을 만들어준 주권자의 마음을 저버리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에 저항했던 국민대중이 문재인이라는 인물을 대통령으로 앉힌 것도, 불만이 켜켜이 쌓여있었음에도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을 압도적인 다수당으로 만들어준 것도 세월호와 스텔라데이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라는 요구였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대통령 권한을 활용해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스텔라데이지호 진상규명과 유해수습을 해야 한다. 약속을 안 지키는 사람이 제일 나쁘고 공약을 안 지키는 정치인이 가장 나쁜 정치인이다. 문 대통령은 세월호, 스텔라데이지호 진상규명 약속을 한두 번 한 게 아니다. 오늘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은 문 대통령의 말과 행동을 기다리고 있다.

문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스텔라데이지호 참사의 진실 규명을 계속 외면해온 것은 주권자를 배신하는 행위이고 대통령 퇴진 사유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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