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불법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천지일보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불법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천지일보DB

홍남기 “관계기관에 사면 건의”

박범계 “사면, 검토한 적 없어”

‘이재용 사면’ 국민청원 잇따라

반도체 위기에 곳곳서 목소리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반도체 수급난이 세계적 문제로 확산되면서 연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론이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 확보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로 급부상하자 정부가 이 부회장의 사면카드를 꺼내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19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최근 경제 회복과 관련된 의견 청취를 위해 가진 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가 있었다”며 “제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어서 관계 기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이 부회장 사면 혹은 가석방에 대해 “대통령께서 반도체와 관련한 판단과 정책적 방향을 말씀하신 것과 (별개로) 이 부회장의 가석방 내지 사면 문제는 실무적으로 대통령이 특별한 지시를 하지 않은 이상 아직 검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경제계와 한 지자체장은 정부에 이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했다.

최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16일 홍 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동석한 경제단체장들과 함께 이 부회장의 사면 필요성의 의견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는 손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구자열 무협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반원익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의 면면을 볼 때 재계 전체의 의견으로 볼 수 있을 만큼 이 부회장의 사면에 관해선 경제계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부회장의 사면이 그만큼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게 경제계의 분위기다.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선 이 부회장이 반도체 1위 기업인 삼성의 경영 일선에 복귀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손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은 한국 경제를 위해 이 부회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며 이 부회장의 사면을 강조했다.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도 올해 2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부회장 사면을 건의한 데 이어 지난 15일에 재차 사면을 건의했다.

오 군수는 “그가(이재용 부회장) 있어야 할 곳은 구치소가 아니라 경영 일선이어야 했다”며 “지금 대한민국은 코로나19와 방역 전쟁뿐 아니라 경제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삼성 이재용 회장의 사면을 요청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지금 우리가 향유하는 경제성과가 삼성의 덕이라고는 못하지만 그동안 삼성이 대한민국이 많이 발전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하였다고 본다”며 “이제 이재용 부회장을 자유롭게 세계를 돌아다니며 반도체 등 모든 면에서 대한민국이 백신도 구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사면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 백악관 회의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의 반도체 기업을 불러다 놓고 노골적인 투자 압박을 가했다. 백악관 회의 직후 인텔과 TSMC는 즉각적인 조치에 나서며 미국 요구에 화답했지만, 총수가 공백 상태인 삼성전자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한편 이 부회장의 갑작스런 충수염 수술로 미뤄졌던 ‘물산 합병 및 회계부정 의혹 사건’에 대한 첫 공판은 22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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